| 옥류관 냉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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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청·꿀로 육수의 단맛을 낸 한솔냉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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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치미 국물과 육수를 섞어 국물을 만든 산봉냉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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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여름味覺 '냉면'
더위야! 뱃살아! 냉면이 나가신다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옥류관 냉면.
조청·꿀로 육수의 단맛을 낸 한솔냉면.
동치미 국물과 육수를 섞어 국물을 만든 산봉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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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창춘(長春) 정월담 CC
한국에 들어온 외래 음식이라면 정통 요리든 패스트푸드는 간에 여름철엔 나를 가장 두려워해야 해. 나는 한국인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이거든.
나는 서울 중심가에서도, 시골 장터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음식이기도 해. 값도 저렴한 편이라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서민들도 한 끼 별미로 먹기엔 별 부담이 없지.
그렇다고 너무 무시하지는 마. 세계의 중심이라는 미국 뉴욕의 최고급 한식집에서도 잘 팔리는 음식이니까. 나는 세계적으로도 불고기와 더불어 한국 요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통하고 있어.
나는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대표적인 웰빙 음식이기도 해. 살찔 염려는 전혀 없지. 칼로리가 낮으면서도 영양소가 고르게 분포돼 있고 새콤 매콤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라 입맛이 없어지는 여름철엔 특히 인기가 높아지지.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건 물론이고.
내 고향은 한반도의 북쪽 지방이야. 함흥 쪽에서는 맵게 비벼먹는 방법으로 탄생했고, 평양 쪽에서는 꿩고기 육수에 말아먹는 식으로 태어났어. 둘 다 차갑게 먹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지금의 이름으로 통칭하게 됐지만, 함흥식은 전분을, 평양식을 메밀을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부터 시작해서 두 방식은 많은 차이가 있어.
북쪽이 고향인 내가 남쪽 사람들 입맛까지 사로잡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한국전쟁을 전후해 북쪽 사람들이 대거 남하하기 시작했을 때야. 그 전에는 남쪽에 냉면집이 그다지 흔하지 않았지. 이 시기부터 나는 남쪽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신해 전국 각지에 자리를 잡았어. 전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한국 식당의 메뉴판에서도 절대 빠져선 안 될 음식으로 자리 잡았지.
그 많은 북쪽 음식 중에서도 내가 남쪽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이유가 뭐냐고? 그야 물론 뛰어난 맛과 저렴한 가격 아니겠어? 때맞춰 건강하고 칼로리 낮은 음식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지니 내 인기가 꺼지지 않을 수밖에.
이쯤되면 내가 누군지 다 알겠지. 나? 그래 맞아, 냉면이야. 요즘 같은 무더위엔 누구나 한 번씩 먹고 싶어하는, 시원하고 새콤한 냉면. 이제 나에 대한 얘기 좀 들어보겠어?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여름철 한국 음식의 대표선수, 냉면에 대한 얘기들을 모아봤습니다. 더불어 어디에 가면 맛있는 냉면을 먹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소개합니다. /리빙앤조이팀 next@sed.co.kr
냉면이야 말로 남녀노소, 남성과 여성, 부자와 서민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다.
한반도는 예로부터 밀이 잘 자라지 않아 면 요리가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잔치국수는 혼례식 때 손님에게 대접할 정도로 예전엔 귀한 음식이었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냉면이 전통의 서민음식이자 한국 면요리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이유는 면발에 밀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냉면의 원조로 꼽히는 함흥식과 평양식 모두 밀로 만든 면을 쓰지 않는다는 게 우리 냉면이 외국의 국수 요리와 가장 다른 점이다.
■조선후기부터 먹기 시작
냉면은 고려시대 몽골로부터 들어왔다는 설도 있지만, 기록에 등장한 것은 조선 후기다.
영ㆍ정조 때 이름을 날리던 문인 홍석모(1781~1850)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냉면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겨울철 음식으로서 메밀국수에 동치미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무쳐 얹어 놓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다. 평양이 있는 평안도(관서지방)의 것이 맛있다.'
냉면은 원래 함흥과 평양 등 북쪽 지방 사람들의 겨울 음식이었다. 이런 냉면이 남쪽 지방에 고루 퍼진 시기는 1920년대 말로 추정된다. 이때 서울 낙원동의 평양냉면집과 부벽부, 광교와 수표교 사이의 백양루, 돈의동의 동양루 등이 유명한 냉면집으로 사랑 받았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북쪽 사람들이 대거 월남하면서 냉면도 자연스럽게 남쪽 지방으로 확산됐고, 남쪽의 입맛에 맞춘 냉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부 피란민들은 냉면집을 열기도 했는데 서울의 오장동 일대, 강원도, 부산 지역 등이 유명했다. 한국 전쟁 이후 부산에서는 부족한 메밀 대신 미국의 원조품 밀가루를 재료삼아 냉면을 말은 '밀면'이 등장, 부산 고유의 음식으로 자처할 만큼 성장했다.
■평양식은 메밀, 함흥식은 전분
요즘의 냉면이 아무리 남쪽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음식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한국의 모든 냉면집은 함흥식 또는 평양식을 표방한다. 두 지방이 서로 다른 스타일의 냉면 맛을 각기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함흥식과 평양식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기본 재료부터 다르다. 함흥식은 감자와 고구마 등에서 얻은 전분으로 가늘고 질긴 면발을 뽑아 쓰며, 평양식은 메밀을 재료로 해 조금 굵게 뽑아 낸 면을 쓴다. 면의 식감으로 말하자면 평양식이 훨씬 부드럽고 입에서 잘 끊긴다.
또한 기본적으로 함흥식은 맵게 양념한 비빔면이고 평양식은 물냉면이다. 함경도는 동해바다와 접해있어 해산물을 이용하기 좋아 홍어나 가자미 등을 면에 얹어 고추장 양념으로 비벼먹는 냉면이 발달했다. 전통 평양식은 꿩을 삶은 물에 동치미 국물을 적당히 섞고 꿩고기 찢은 것, 편육, 오이, 배, 달걀 등을 고명으로 얹어 먹는 화려한 음식으로 발달했다.
현재 전통 평양식 냉면을 맛볼 수 있는 곳은 평양 소재 '옥류관'의 금강산 분점과 베이징 분점. 말로만 듣던 꿩고기 육수에 말아먹는 냉면을 맛볼 수 있다.
■식초는 면에, 겨자는 육수에
냉면이 워낙 인기 있는 음식이다보니 먹는 법을 둘러싼 여러 가지 상식들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냉면에 든 계란을 언제 먹느냐에 대한 논쟁. 쌀에 비해 차고 거친 성질의 냉면 국수가 속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계란을 먼저 먹은 뒤 면을 먹으라는 얘기와 차고 매운 국수요리를 먹은 뒤 속을 달래려면 계란을 나중에 먹으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한방 및 전통 음식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 주장 모두 그다지 큰 근거는 없다. 다만 성질이 차고 단백질이 부족한 음식에 계란과 고기 한 점을 고명으로 얹어 단점을 보(補)할 수 있게 한 것이 선조들의 지혜임은 틀림없다.
'옥류관'에서 일하는 북측 접대원들은 냉면을 내올 때 반드시 "식초는 면에 치시고, 겨자는 육수에 풀으시라"고 알려준다. 식초가 면을 부드럽게 만들어 소화를 돕기 때문이고, 겨자 덩어리가 면에 닿지 않게 풀어야 국물 맛이 제대로 난다는 설명이다.
냉면은 요즘식으로 치면 대표적인 저칼로리 건강식이다. 어떤 재료를 써도 한 그릇에 600㎉는 넘지 않는다. 다이어트에 좋은 것은 물론이고 각종 영양소의 분포 면에서도 뛰어난 음식으로 통한다.
다만 냉면은 그 성질이 차기 때문에 배가 차고 설사를 잘 하는 사람은 자주 먹지 않는 편이 좋다. 또한 장이 약한 사람은 비빔냉면이나 회냉면의 매운 맛이 배탈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게 한방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그릇 600Kcal 저열량 건강식품
80~90년대까지만 해도 냉면 맛의 기준은 정통 이북식 냉면 맛을 얼마나 제대로 내느냐로 결정됐다.
하지만 어릴 적 고향에서 먹던 냉면 맛을 찾는 이북 출신 어른들이 세상을 뜨기 시작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새콤달콤한 맛을 즐기는 서울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냉면 전문점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깔끔하고 깊은 맛, 평양냉면
그렇다고 정통 이북식 냉면의 기세가 완전히 기운 것은 아니다. 업소에 여전히 들어서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자리가 날 만큼 성업을 하는 곳들이 많다.
첫 맛은 다소 밍밍하지만 금세 그 깊은 맛에 매료되는 평양식 냉면을 제대로 하는 집들은 대부분 중구에 몰려있다.
동국대학교 후문 쪽에 있는 필동면옥도 그 중 한 곳. 이곳에서 열의 아홉은 물냉면을 먹는다. 평양냉면의 묘미는 육수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 연령대도 다른 곳에 비해 무척 높다. 70~80대 노인들이 절반 이상이다.
이곳에 자주 오는 젊은이들도 “처음에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하다가 두 세 차례 더 먹어보니 자꾸만 생각나 다시 오게 됐다”고 말하곤 한다.
메밀이 주 성분인 평양냉면 면발은 다소 굵고 거칠지만 쉽게 끊겨 먹기 편하다. 질긴 냉면 면발에 익숙한 사람들이 “메밀국수를 먹는 것 같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필동면옥 외에도 이북사람들 조차 “어릴적 평양에서 먹던 냉면 맛”이라고 감탄한다는 마포 을밀대, 을지로 을지면옥, 장충동 평양면옥 등이 아들, 손자, 며느리까지 대를 이어가며 맛을 내고 있다.
이들은 냉면과 잘 어울리는 편육과 손만두도 준비해 놓고 있다. 다소 양이 차지 않을 수 있는 냉면에 편육과 손만두를 곁들이면 속이 든든해지기 마련이다.
■ 홍어회 씹히는 함흥냉면
평양냉면 집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냉면을 주문하듯, 함흥냉면집에서는 비빔냉면이나 회냉면을 시키는 게 보통이다.
맵고, 시고, 달콤한 맛 세 가지로 묘사할 수 있는 함흥냉면은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다. 면발을 입에 넣으면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안을 맴돌고, 거듭 먹다 보면 매운 기운이 혀에 남아 연거푸 육수를 마시게 된다.
면발은 전분 함유량이 높아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가위로 네 등분해서 간편하게 먹지만 함흥냉면을 즐기는 중장년층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던 이북 사람들의 근성이 면발에 담긴 것”이라며 “면발이 질긴 그대로 먹어야 진짜 냉면 맛을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질긴 면발을 가위로 자르지도 않고 이로 끊어 먹는 노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매콤한 함흥냉면은 아무리 더운 날씨여도 따끈한 육수와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때문에 함흥냉면 집들은 육수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함흥냉면으로 유명한 오장동 냉면골목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흥남집, 오장동 함흥냉면, 신창면옥 등은 모두들 저마다의 비결을 가지고 구수하면서도 단 맛이 입안을 감싸는 육수를 내놓는다.
이곳 음식점들 벽에 적혀있는 지침대로 냉면에 참기름, 식초, 겨자, 설탕, 양념장을 추가해 취향에 맞게 간을 맞춘 후 따끈한 육수와 함께 먹어야 함흥냉면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 젊은 입맛 사로잡는 서울식 냉면
냉면 하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대표격이지만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서울냉면’도 여름철 냉면 인기에 한 몫 하고 있다.
기존 정통냉면에 새콤달콤한 맛을 가미해 젊은 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곳은 압구정 현대백화점 한솔냉면과 대치동 산봉냉면.
한솔냉면 육수는 설탕이 아닌 조청과 꿀로 맛을 내 단맛의 여운이 짙고 중독성이 있다. 또 바로 뽑은 면발에 무김치, 열무 등 싱싱한 야채가 곁들여진 회냉면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 한다.
산봉냉면은 고구마 전분을 듬뿍 넣어 특유의 단맛을 낸 면발에 동치미 육수를 부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땀이 줄줄 나고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서울식 냉면집도 있다.
신천동에 있는 해주냉면은 21년째 화끈한 매운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메뉴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인데 고추, 마늘, 양파 등 10여가지 양념으로 매운 맛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곳의 또 한가지 매력은 ‘착한 가격’. 단돈 3,000원에 냉면 한 그릇을 즐길 수 있고 사리도 1,000원만 추가로 내면 된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중간 형태인 물비빔면으로 매운 맛을 내는 곳도 있다. 창신동 깃대봉냉면이다. 물냉면에도 매운 맛, 덜 매운 맛, 보통 매운 맛 등 여섯 가지가 있어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얼음이 띄워진 새빨간 육수를 마시면서도 매운 기운에 땀을 흘리다 보면 이열치열과 이열치냉을 동시에 만끽하게 된다.
입력시간 : 2007/07/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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