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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극도 정치바람

현실정치부패 통렬풍자대학로에 정치연극 바람이 일고있다. 극단아리랑의 「기호0번 대한민국 김철식」과 여인극장의 「협종망치」, 그리고 학전의 「모스키토 2000」이 4·13총선이 끝난지 한 달이 지난 지금 현실정치의 부패상과 선거제도의 불합리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저조한 투표율에서 확인됐듯이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냉소가 커질대로 커졌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버젓이 당선되는가 하면, 권력층에만 오르면 온갖 비리만 일삼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 앞으로 우리 정치는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들 연극 세 편을 보면서 답답함이나 풀어보면 어떨까. ◇기호0번 대한민국 김철식(사진)=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시는 애국 시민 여러분! 대한민국 김철식이올시다.』 해방 직후 민의원 선거에서 내리 세 번이나 낙선한 무소속후보 김철식은 스스로 자신을 「늑대」라고 부르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다. 그의 자유의지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한 목숨 초개와 같이 던지는 것. 그는 어릴적 동네 꼬마들을 모아놓고 항일운동을 도모하는가 하면, 청년이 돼서는 여운형·김구 선생이 암살을 당하자 비탄에 잠겨 두 분의 영정을 끌어안고 『이 나라는 장차 어찌하라고~』 목놓아 울기도 했던 그야말로 민족애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불의라곤 도무지 참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김철식은 결국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다가 산화하고 만다. 미련해 보이기까지 한 그의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무엇인가. 자유의지다. 이 연극은 소시민적인 삶에 안주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불의에 단호히 저항하며 살라고, 자신의 내면 깊숙히 자리해 있는 욕망에 충실해 용기있게 살아가라고 외친다. 기호0번 김철식처럼 늑대의 야성(野性)을 회복하라고…. 최일남 원작소설 「숙부는 늑대」를 극화한 이 작품에 주연은 「민주 대머리」로 유명한 박철민이 출연해 김철식의 「늑대같은 야성」을 유감없이 표현해낸다. 7월 2일까지 대학로 소극장아리랑, 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시, 일·공휴일 오후3시·6시, (02)741-5332. ◇협종망치(脅從罔治)= 총선에 기호2번을 달고나온 문근형 후보는 「고문기술자」다. 80년대 수사관의 신분으로 각종 공안사건을 조작하고 악랄한 성고문까지 자행했던 인면수심의 문근형은 이제 차기 당 총재 또는 국무총리에 하마평이 오를 만큼 정치거물로 성장해 있다. 연극의 시간적 배경은 선거 개표일. 문근형후보의 선거운동 상황실은 「당선 유력」에 고무돼 있다. 같은 시간 시내 모처 오피스텔 방에서는 문근형의 성적 노리개인 한 아가씨가 문을 기다리며 몸단장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권총을 디밀고 불쑥 나타난 사람은 문을 죽이러 찾아온 40대 여인. 그녀는 21세 꽃다운 나이에 문에게 성고문을 당하고 청춘을 형무소에서 소진해버렸다. 그런데 자신의 육체와 삶을 유린한 문근형이 총선에 당선되고 총리 물망에 까지 오르다니, 이런 현실을 참을수 없는 것이다. 「협종망치」는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로 「자신의 의사에 반해 저지른 잘못은 용서하되, 의도적으로 범한 악행은 섬멸해버리라」는 뜻이다. 당선이 확정된 문근형은 오피스텔 방을 찾게되고 연극은 두 발의 총성과 더불어 막을 내린다. 22일까지 대학로 문예회관대극장, 오후4시·7시30분, (02)732-4343. ◇록뮤지컬 「모스키토 2000」=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정치연극으로 중학생들이 선거권을 갖게 된다는 가상상황을 전제로 현실정치의 저열함을 꼬집고 있다. 선거권자 1인당 800원씩 계상되는 현행국가보조금 관련조항에 따라 기성정치권이 중학생 이상에게도 선거권을 주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한다. 이들 기성정치권은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등을 총동원해 청소년들의 환심을 사려 하지만 기성정당에 염증을 느낀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독자정당인 「모스키토당」을 결성해 총선에 나선다. 이에 당황한 기성정치권과 청소년들의 「모스키토당」의 밀고 밀리는 선거전이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일관성 없는 입시제도, 보충·자율학습, 수행평가제, 방과후 활동 등 잘못된 교육환경이 낱낱이 고발된다. 9월 17일까지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 화~목 오후6시, 금 오후7시30분, 토·일·공휴일 오후4시·7시, (02)763-8233. 문성진기자HNSJ@SED.CO.KR 입력시간 2000/05/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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