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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셀프주유소가 사상 첫 1,000개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장기화된 고유가에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운전자들이 늘면서 셀프주유소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반면 판매마진 감소와 경쟁 심화로 문을 닫는 주유소들이 늘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19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셀프주유소는 총 898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 464개에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주유소 가운데 셀프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도 6.8%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셀프주유소는 휘발유 가격이 1리터당 2,000원대를 돌파한 올해 들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월 352개에 불과하던 셀프주유소는 올해 1월 650개로 1년 만에 300개가량 늘어난 데 이어 매달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3월 처음으로 700개를 넘어선 셀프주유소는 3개월 만인 6월 다시 800개를 돌파했다. 이 같은 증가세라면 올해 안에 셀프주유소 1,000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셀프주유소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국내 주유소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든데다 고유가의 장기화로 주유소들이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불과 10년 전만 해도 10%에 달하던 주유소의 판매마진은 최근 2~3%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결국 인건비를 줄여서라도 판매가격을 낮춰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절박함이 셀프주유소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16일 기준 서울 지역 셀프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986원64전으로 일반 주유소 2,090원30전보다 100원 이상 저렴하다. 17일 현재 서울에서 가장 기름값이 저렴한 주유소 역시 S-OIL이 운영하는 셀프주유소로 1리터당 1,915원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
반면 셀프주유소의 인기와는 달리 국내 전체 주유소 숫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월 1만2,988개이던 전체 주유소 수는 올 1월 1만2,906개로 줄어들기 시작해 6월 1만2,872개에 이어 8월에는 1만2,830개까지 감소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국내에서도 셀프주유소가 새로운 주유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유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셀프주유소가 국내에서도 주류로 정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셀프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들이 늘면서 정유사들도 셀프주유소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09년 30곳에 불과했던 셀프주유소를 현재 136곳까지 늘린 데 이어 지속적으로 추가 개설을 추진 중이다. S-OIL은 여건이 되는 직영주유소에 한해 셀프주유소로의 전환을 우선 추진하는 한편 자영주유소 운영주들이 셀프주유소로 전환할 경우 주유기 설치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밖에 GS칼텍스와 SK네트웍스도 셀프주유소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정부도 셀프주유소가 주변 지역 주유소의 기름값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내년부터 셀프주유소 전환 활성화를 위한 융자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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