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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재벌계열 분리 딜레마
입력1997-04-14 00:00:00
수정
1997.04.14 00:00:00
이형주 기자
◎현대·기아서 위장계열사 판정업체 분리 신청/허용땐 작년 강제 편입조치 번복해야 할 입장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재벌그룹의 계열분리를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졌다.
경제력집중 억제를 위해 계열분리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현대·기아그룹이 위장계열사로 판정받은 업체에 대해 계열분리를 신청해 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계열분리를 허용하자니 지난해 결정한 위장계열사 판정과 계열사 강제편입 조치를 스스로 번복해야 하는 정책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4일 지난해 위장계열사 조사때 계열사로 편입된 한국프랜지공업(주)을, 기아그룹은 (주)기산 대경화성(주) (주)케이티 등 3개사에 대해 각각 계열분리를 허용해 달라고 공정위에 정식 신청했다.
문제의 초점은 현대와 기아측이 이번에 계열분리를 신청한 업체가 계열사 강제편입이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가 지난달 26일 공정위로부터 기각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과 한승준 기아자동차부회장은 한국프랜지공업및 기산의 계열사 편입문제와 관련, 허위자료 제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따라서 계열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정명예회장과 한부회장에 대한 고발은 사실상 원인무효가 되는 결과여서 처리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대적인 위장계열사 조사를 벌여 보유지분이 30%미만이더라도 상호 빚보증(채무보증)이 많거나 임원겸임 등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되는 77개 위장계열사를 모그룹에 강제 편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국프랜지공업은 현대그룹의 위장계열사로, 기산 대경화성 케이티 등 3개사는 기아그룹의 위장계열사로 각각 판정됐다.
지난해까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판단기준은 해당 계열사의 지분을 30%이상 소유하거나 임원의 임면 등 경영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였다.
그런데 올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모그룹에서 분리를 원하는 계열사는 그룹 계열사중 비상장사의 지분을 15%미만(이전 3%미만)만 보유하면 모그룹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분리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분리요건을 엄격히 적용해 계열분리를 원하는 계열사를 묶어놓는 것이 경제력 집중 억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때문이다.
이번에 계열분리를 신청한 한국프랜지공업 등 현대·기아그룹의 4개 계열사는 완화된 분리요건에 맞춰 지분 매각과 지급보증 해소, 등기임원 교체 등 자구노력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분리요건을 충족한 사실이 인정될 경우 공정위는 한국프랜지등 4개사에 대해 계열분리를 허용하는 것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들 업체에 대한 현대·기아그룹 계열사로의 강제편입 조치는 원인무효가 되는 셈이다.
현재 한국프랜지공업은 울산화학 등 8개 업체를, 기산은 5개, 대경화성은 2개, 케이티는 1개의 계열사 또는 자회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재벌의 친인척이 경영하는 계열사가 비록 법률상 분리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친인척이라는 사실 자체가 위장계열사 시비를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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