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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대형 컨테이선 1척이 베트남 근해 240㎞ 해상에서 엔진 이상으로 표류하는 긴급 해상사고가 터졌다. 급보를 접한 현대중공업은 싱가포르지사와 연계해 대형 예인선을 섭외하는 동시에 본사 애프터서비스(AS)팀을 급파했다. 이 같은 신속한 조치 덕에 사고선박은 48시간이 지나기 전에 현대미포조선의 비나신조선소로 안전하게 옮겨졌다. 당시 선주 측은 예인선은 물론 헬기마저 구할 수 없는 베트남의 열악한 여건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다가 현대중공업의 신속한 대처에 크게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이 선주는 이후 현대중공업의 단골 고객이 됐다. 이보다 1년 전인 지난 2005년 7월 부산 앞바다에서 컨테이너선 2척이 충돌했다. 사고선박 중 1척은 삼성중공업이 2001년에 인도한 이스라엘 국적의 4,250TEU급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은 하자보증기간이 지났지만 설계ㆍ생산ㆍ의장부서 직원들로 구성된 기술진을 급히 보내 사고수습을 위한 기술지원에 나섰다. 같은 해 중국 광저우 인근 메이쥬항에서 유조선끼리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삼성중공업은 선박건조회사로서 해당 선박의 상세건조도면을 준비한 기술진으로 하여금 사고수습을 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지원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조선강국다운 명품 서비스로 고객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하루 용선료가 수만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한 수리가 선주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국내 조선업체의 발빠른 대응이 선주사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것. 명품 서비스를 하려면 ‘선박 건조부터 폐선까지 책임지겠다’는 평생(life-time) 보장 서비스정신은 기본이다. 여기에 언제 어디서든 선박의 위치와 상태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력(전산시스템)도 필수. 조선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그동안 문제를 제기하거나 요청해야만 대응하던 업계의 수동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먼저 찾아가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품 선박과 조선강국을 뒷받침하는 명품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슬로건 아래 언제 어디서든 자사가 건조한 선박의 안전 운항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AS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는 자체 개발한 선박관리시스템 E-PASS(electronic-passive and prompt after sales service system)으로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선박의 이력을 관리해 선주와 선박ㆍ조선소가 실시간 정보공유를 이뤄냈다. 조선소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이 시스템을 통해 선박의 이상 유무나 선주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는 또 사고나 이상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선박을 점검해주는 비포서비스(BS)를 제공하고 있다. 선박을 인도한 지 5년이 지나면 선박을 도크에 넣은 뒤 설계요원을 동원, 항해 중 애로사항은 물론 선체와 도장 상태, 추진장비 등을 정밀진단한다. 삼성중공업도 전세계 90여개 선주사와 370개 기자재업체를 인터넷으로 연결, 자사가 인도한 선박에 대한 정보와 최신기술 동향, 선박부품업체 정보 등을 함께 나누고 있다. 또 하자접수와 처리를 할 수 있는 PLUS시스템(선박평생 돌보기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PLUS시스템에 접수된 하자요청에 대해서는 전세계 어느 바다에 있는 선박이라도 24시간 내 도착해 수리할 수 있는 플라잉스커드(Flying Squadㆍ기동수리반)팀을 가동하고 있다. 이외에 미국ㆍ그리스ㆍ두바이 등 8개소에 A/S센터를 운영 중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하자보증기간은 1~2년이지만 삼성중공업의 PLUS시스템은 선박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각종 기술조언과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운항 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알려주고 주기적으로 선박에 기술진을 파견해 무료선박점검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의 명품 서비스는 선주사로부터 신뢰와 감동을 자아내 고정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크는 물론 바다 위에도 건조 중인 선박으로 가득 차 있는 국내 한 조선소의 전경. 한국이 세계 제1의 조선강국으로 떠오른 비결 중에는 명품 선박 외에 명품 서비스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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