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김영민씨는 늦은 밤 공원에서 운동 겸 산책을 하던 중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내일 아침에 마실 수 있도록 우유 한 통을 사오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집에서 들고 나온 것은 휴대폰이 전부였다. 결국 김씨는 집으로 돌아가 지갑을 들고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 주부 박선화씨는 백화점을 찾았다가 일종의 '핫딜' 상품을 발견했다. 백화점 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에게만 선착순 판매되는 한정 상품이었다. 얼른 물건을 집어 들고 계산대 앞에 섰으나 박씨는 지갑 안에서 백화점 카드를 찾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잡은 '득템' 기회가 허무하게 사라졌다.
김씨와 박씨의 사례처럼 현금이나 신용·체크카드를 소지하지 않아 물건을 당장 구매할 수 없게 되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그간 온라인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간편 결제가 오프라인 쇼핑 채널로 확산되기 시작했기 때문. 특히 유통업계 빅3 중 한 곳인 신세계그룹이 23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을 내놓고, 스마트 결제 경쟁에 뛰어들면서 더 편한 쇼핑 환경 구축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세계가 내놓은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SSG페이'는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전 유통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간편결제 중 처음으로 현금과 상품권으로 충전할 수 있는 선불식 SSG머니와 후불식 신용카드 간편결제를 하나의 모바일 앱 안에 모두 담았다. 또 쿠폰, 포인트 적립, 신용카드 간편결제, 현금·전자영수증 발행, 무료 주차권 발급 등 모든 과정이 바코드 스캔 한 번으로 동시에 이뤄지는 원스톱 결제 환경을 구축했다. 예를 들면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 위드미, SSG닷컴 등에서 SSG페이로 결제할 경우 할인 쿠폰이 자동으로 적용되고 포인트 역시 자동 적립된다. SSG머니의 경우 휴대폰 번호를 통해 친구나 가족에게 선물도 가능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인터넷몰, 포털, IT, 통신 등 각종 영역에서 많은 기업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사용자와 가맹점을 동시에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온라인에 비해 오프라인 쪽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티몬의 티몬페이, G마켓과 옥션의 스마일페이, 인터파크의 옐로페이 등이 출시 후 해당 인터넷몰 회원들로부터 호평받고는 있지만 사용처가 한정적이라는 게 단점이었다. 하지만 신세계는 2,100만명이 넘는 포인트 회원을 기반으로 간편결제 시장에 조기 안착한 후 계열사는 물론 외식, 주유, 레저, 영화관, 항공, 공과금 및 관리비 납부 시스템 등과도 추가 제휴를 통해 사용처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연내 시중 은행과 제휴해 은행 계좌 연결을 통한 직접결제도 SSG페이를 통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확대할 예정이다.
신세계가 선점을 외치며 뛰어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간편결제 시장은 연내 진출을 준비 중인 롯데그룹의 L페이(가칭)까지 가세하면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역시 백화점, 마트, 편의점, 인터넷몰, 영화관, 호텔, 놀이공원 등 유통·레저 전반에 걸쳐 계열사가 있어 조기에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회원 및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이미 지난 4월 오프라인기반 서비스인 롯데멤버스와 온라인 기반 서비스 롯데패밀리를 통합해 엘포인트를 출범시켰다. 엘포인트 회원 수는 3,100만명 수준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인 옴니채널 구축에 업계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다"며 "롯데는 국내 간편결제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해외 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는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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