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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 中企 판로 막혀 울상
입력2003-06-25 00:00:00
수정
2003.06.25 00:00:00
김민형 기자
분당에 있는 한 시계업체의 창고. 주인을 찾지 못한 시계들이 창고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IMF 때 회사 문을 닫기 직전까지 내몰렸지만 전직원이 똘똘 뭉쳐 회사를 살려낸 저력이 있는 회사지만 최근의 판매 부진에는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 임원은 “판매가 지난해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라크전쟁 때부터 쌓이기 시작하던 재고가 예전보다 10% 이상 늘었습니다. “어디 팔데 없습니까?”라며 한숨을 쉬었다.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소비재 제품인 시계, 문구, 완구, 의류업종의 불황 한파는 한여름 더위를 무색케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은 올들어 국내소비심리 악화에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략으로 해외시장이 위축되면서 재고물량이 20~30% 가량 늘어났다. 특히 문구, 완구, 의류 등의 업종은 캐릭터 상품이 많고, 지속적인 디자인개발이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악성재고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완구업계 선두권자인 완구업체 A사.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히트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완구업계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제품을 내놓아도 판매가 되지 않자 공장가동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성장산업인 게임개발 및 유통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의 재고자산은 지난해에 2001년에 비해 20% 가량 늘었고, 올해도 악성재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이 회사 한 임원은 “제품이 팔리지않아 죽을 지경“이라면서 “올해 사업계획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히 긴축경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구제조사 B사 역시 잘 팔리지 않는 악성재고를 저가에 동남아, 남미 등의 후진국에 밀어내고 있다. 국내외 판매부진으로 인해 신상품 개발ㆍ생산을 줄이니 하청업체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실제로 하청업체들은 조업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인원도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중국산 제품의 가격대비 품질수준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출 수 있는 정도까지 향상됐기 때문에 한국 문구제품이 국내외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가격경쟁을 포기하고 고품질 제품으로 승부하고 각종 할인행사 등도 계획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모든 게 불투명하다”고 답답해 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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