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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결제수단 개선해 볼때다(사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가 기아사태로 완전 그로기 상태다. 한 기업이나 자동차산업이라는 문제를 넘어서 금융시장의 결제수단에까지 불신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재계랭킹 8위의 대재벌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산업의 주력업종인 자동차 산업이 불안한 것도 쇼크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당연히 결제될 것으로 믿었던 신용거래수단인 어음이 믿을 수 없게 됐다는데 있다.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들어 지난 4월말 현재 어음부도율은 서울이 0.23%, 전국적으로는 0.32%다. 작년 8월까지만 해도 각각 0.12%, 0.19%였던 것이 무려 2∼3배 가까이 급증했다. 72년이래 최고 수준이다. 올 들어서는 특히 부도율이 급증했다. 은행들도 재벌급 기업들에 대해서까지 전례없는 부도유예협약을 적용했다. 이번 기아사태는 진로·대농에 이어 세번째다. 모든 기업의 신용거래 수단인 어음조차 믿을 수 없게 됐으니 우리나라의 상거래가 온통 뒤죽박죽이다. ○어음은 부도도미노 주범 기아의 경우 5천여 협력업체가 어음을 받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부채만도 9조5천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서 기일이 된 어음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우선 두달간은 은행이 결제를 해주지도 않으면서 부도를 내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협력업체가 납품하고 받아야 할 진성어음은 결제해 준다고 하지만 이제와서 진성어음과 융통어음을 가려서 차별 결제한다는 것도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돈을 받지 못하는 협력업체가 겪는 고통은 물론이며 그보다도 땅에 떨어진 기업어음에 대한 신용은 어떡하란 말인가. 어차피 믿을 수 없는 기업어음이라면 이를 금융결제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대신 앞으로 새로운 결제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어음은 현금, 자기앞 수표에 이어 제3의 결제 수단이다. 금융의 국가경쟁력이 세계 제1위라는 미국은 모든 거래수단이 수표(개인)다. 어음이 일반거래의 결제수단인 우리나라와는 딴판이다. 미국에서 어음은 일정기일이 지나 거래가 발생하는 무역신용장의 수단으로만 사용될 뿐이다. 모든 거래의 대금결제는 수표다. ○미국에선 수표 위주 결제 신용사회는 개인과 기업의 수표거래가 정착되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야만 금융실명제도 온전하게 기능할 수 있다. 수표는 개인과 기업의 신용을 생명으로 하며 은행은 이를 여수신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수표대신에 어음 아니면 현금결제다. 신용과 결제가 원활하게 연결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경직적인 어음을 통한 금융거래와 현금인 자기앞 수표를 결제수단으로 선호, 수표를 거의 외면하고 있다. 여느면 어음제도로 부도를 부채질 하고 있는 셈이다. ○신용사회 정착 앞당기는 길 우리상법은 일본법을 그대로 원용하고 있다. 어음과 수표를 거의 동일한 신용수단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일이 정해진 어음은 기일이 정해진 거래에나 필요하다. 일반적인 거래의 결제수단은 언제나 요구하면 결제되는 수표를 사용해야 하며 은행이 이를 여신과 연결, 결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수표는 신용과 결제를 동시에 일으키는 금융수단이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금융수단이다. 우리나라는 은행이 현금과 같은 자기앞 수표를 발행, 현금결제를 권장하고 신용은 어음할인 방법으로 이원화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3월말 현재 개인수표의 재원인 당좌예금은 예금은행 전체로 볼때 1조2천6백억원에 불과하다. 자기앞 수표의 재원인 별단예금은 21조8천3백억원이다. 자기앞수표가 개인수표를 발붙일 수 없게 만든 꼴이다. 자기앞수표는 사실 예금이 아닌 현금이다. 여신의 경우 당좌대출이 10조원을 약간 넘고 할인어음이 24조원, 일반대출이 97조원이다. 개인수표를 신용으로 결제해 주는 비중이 대단히 적다. 담보를 받고 대출해주거나 어떤 형태로든 은행에 약속한 어음을 받고 대출하는 어음이 대표적인 신용수단이다. 기업간 거래를 원활하게 결제해 주는 수단으로서 수표를 신용수단으로 뒷받침, 활성화 해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수표를 신용수단으로 삼아야 할 때가 됐다. 은행이 믿는 거래자가 발행한 수표를 대표적인 결제수단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어음을 단계적으로 개선시켜 나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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