킷스 샤켓 전 제일은행 소매리스크관리본부장 겸 부행장은 최근 오릭스저축은행의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됐다. 장찬 전 제일은행 소매리스크 관리부문 상무는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선임됐다.
2000년대 초반 제일은행을 이끌던 '역전의 용사'들이 오릭스에 모여 다시 한 번 경영 전면에 나선 셈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박홍태 전 제일은행 부행장과 조두희 전 제일은행 재무담당 상무 등 최근 오릭스에 자리를 잡은 제일은행 출신 임직원들이 약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옛 제일은행 임직원들이 오릭스저축은행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초 오릭스는 보유 지분 99.91%를 버팔로KC펀드(PEF)에 전량 매각, 이중 51%의 지분을 LP(유한책임)투자자로 다시 보유할 계획이었다. 나머지 49% 지분은 미국계 올림푸스캐피탈과 옛 제일은행 임원진 등이 투자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버팔로KC펀드는 샤켓 CEO와 장 COO가 무책임투자자(GP)로, 로버트 코헨 전 제일은행장이 펀드의 자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금융 당국이 "기존 대주주인 오릭스가 지분을 전량 매각한 뒤 LP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
이에 오릭스는 매각 방식을 변경, 올해 초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올림푸스캐피탈홀딩스 아시아와 버팔로KC펀드, 모닝스타 사모펀드(PEF) 등 투자자 3곳이 오릭스 지분 23%를 매입, 공동 경영하는 방식이다.
샤켓 CEO 등이 주축이 된 버팔로KC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오릭스 지분은 현재 10% 미만. 하지만 점차 보유 지분을 확대해 오릭스의 최대주주로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샤켓 CEO와 장 COO는 지난 2006년 스탠다드차타드가 옛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은행을 나와 함께 모기지대출 전문 대부업체인 페닌슐라캐피탈을 설립해 영업을 해왔다. 이들은 지난 2011년 4월에도 올림푸스캐피탈과 컴소시엄을 구성, 솔로몬저축은행의 자회사인 경기솔로몬저축은행 인수전에 참여했을 정도로 저축은행 인수에 큰 관심을 보여왔던 것도 사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오릭스가 저축은행 사업 철수를 추진하면서 제일은행 출신 임원들에게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며 "제일은행 출신 임원들이 페닌슐라캐피탈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오릭스를 모기지대출 전문은행으로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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