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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FTA 日농수산물 개방수위가 관건

협상재개 물꼬는 텄지만…<br>韓, 무역적자 상쇄위해선 최대한 유도 불가피<br>日부정적 불구 민감사안 양보땐 합의 가능성



지난 21일 열린 한ㆍ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물꼬를 트면서 2004년 협상 당시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던 일본의 농수산물 시장 개방 수위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4년 11월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이 됐던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한 양국 간 이견이 이번 협상 재개에도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 개시된 한일 FTA 협상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독도 문제 등 정치ㆍ사회적 이슈뿐 아니라 일본 농수산물 시장 90% 개방을 요구하는 우리 측 입장과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던 일본 측 입장이 엇갈리면서 파국으로 치달은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일본이 관세를 매기는 우리나라 수출 품목 비중은 전체의 22.9%. 이 가운데 농림수산품은 평균 관세율 10.1%, 전체 수입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로 비교적 높은 핵심 민감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산 농림수산품에 14.3%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에 불과, 시장이 개방될 경우 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제조업 강국인 일본과의 FTA 체결에 따른 단기적 무역적자 급증을 상쇄하려면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최대한 유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까지 일련의 FTA 협상에서 농수산물 개방에 줄곧 소극적 입장을 견지했듯이 우리와의 협상에서도 기존 입장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일본이 체결한 FTA는 농산물 생산이 거의 전무한 싱가포르를 비롯해 태국ㆍ멕시코ㆍ필리핀 등과의 제한적인 형태에 그쳤을 뿐 거대 농업국과의 협상은 거의 기피돼왔다. 필리핀과는 유제품ㆍ쇠고기ㆍ돼지고기 등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고 태국과도 쌀ㆍ설탕을 제외하고 닭고기 관세율을 3%포인트가량 인하하는 데 그치는 등 먹을거리 시장 개방은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작년부터 시작된 호주와의 FTA 협상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는 실정이다. 그나마 2004년 협상 결렬 당시와 달라진 상황은 한ㆍ미 FTA체결에 이어 한ㆍ중 FTA까지 추진하려는 한국의 발빠른 행보에 일본이 심각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점과 일본 내에서도 개방과 농업 개혁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며 이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성춘 KIEP 일본 팀장은 “한ㆍ일 양국은 2004년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협상이 재개된다면 민감한 부분은 서로 양보하는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ㆍ중 FTA로 동북아 경제권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일본이 한국과의 FTA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어 농수산물 시장에서 일정 부문 양보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 팀장은 다만 “지금까지 일본이 체결한 FTA에서 번번히 농업시장 개방도가 낮았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대폭적인 시장개방은 일본 내 정치역학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한일 FTA가 타결된다면 개방도가 낮은, 상징적인 형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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