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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성장기여’ 갈수록 높아] 경기회복 활력소 불구 ‘절름발이형 성장’ 우려
입력2003-11-28 00:00:00
수정
2003.11.28 00:00:00
임석훈 기자
수출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의 가능성과 약점을 동시에 말해주는 것이다. 당장 세계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할 경우 수출이 더욱 늘어나 우리 경제의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 수출전망도 밝은 편이다. 경상수지 흑자구조와 수출주도형 성장구조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출 호조의 이면에는 `절름발이형 성장`의 고착화라는 문제점이 숨어 있다. 투자 등이 수반되지 않는 한 수출도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외 부문이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을지 여부에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적표가 달린 셈이다. 수출 호조로 올해 무역의 날은 잔치 분위기지만 소비와 설비 투자 등의 뒷받침이 없을 경우 내년 이후를 기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수출의존도 심화=지난 3ㆍ4분기중 수출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성장기여율은 336.0%. 수출만 놓고 본다면 분기 성장률이 8.3%를 기록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성장률은 2.3%. 내수와 투자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위기에 빠졌던 우리 경제를 수출이 구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출기여율의 증가가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오히려 경제구조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정부가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던 시점인 지난 2001년중 수출의 기여율은 10.8%. 지난 3ㆍ4분기 성적의 3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당시 연간 성장률은 3.1%. 내수 활황에 힘입어 6.3% 성장했던 지난 2002년에도 수출의 기여율은 117.2%였다. 결국 내수와 수출의 조화가 건실한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투자 뒷받침될 때 성장탄력 회복 기대=최근 수출의 특징중 하나는 수출이 크게 늘어나도 투자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 수출증가=투자확대로 이어지는 등식이 무효화된 것인지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존 설비의 운용효율성을 높인게 설비 투자의 확대 없이도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존설비 운용효율 제고를 통한 수출확대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 새로운 투자가 전제되야 수출호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스럽게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주력수출품의 시장 수급과 교역조건이 밝은 편이다. 신규 투자가 동반될 경우 수출 호조세 지속은 물론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경제성장률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 구조는 여전히 왜곡=수출 자체의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로 손꼽힌다. 산업계 전체의 수출 구조는 갈수록 과점화돼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충격흡수력이 취약해지고 있다. 일례로 삼성ㆍLGㆍ현대자동차 등 3개 그룹이 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40% 가량에 달한다. 삼성그룹의 경우 국내 전체 수출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지난 2001년 16.3%였으나 지난해에는 19.8%까지 증가했고, 올해는 20% 돌파 가능성도 점쳐진다.
수출지역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브라질과 인도ㆍ러시아ㆍ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지역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 경쟁국과의 치열한 경합을 감안하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선진국이 기침만 해도 독감에 걸리고, 미국 등의 경기만 바라보는 `천수답 경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 품목의 왜곡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수출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시장을 리드해야 할 비메모리 기술은 한참 뒤쳐져 있다. 자동차도 여전히 `싼 맛`에 팔리는 형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 수출이 좋아진 것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경제가 좋아진데 따른 것이지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져서가 아니다”고 지적하고, “무엇보다 우리 수출 주력 품목들의 `기술적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도록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석훈기자,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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