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정호(사진) 삼성전자 쑤저우 반도체유한공사(SESS) 법인장은 지난달 29일 현지법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외자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변화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현지화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며 “급여나 복지수준 등 외형적인 요소보다도 근본적인 정신의 일체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첨단부문이 아닌 외자 기업에 대해서는 오는 2012년부터 소득세율을 기존 15%에서 자국 기업과 동일한 25%를 적용해 혜택을 없애기로 했으며, 외자기업에 대한 노사ㆍ환경문제 등의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역차별 당해왔던 자국기업을 육성함과 더불어 더 이상 ‘세계의 공장’만으로 머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부문에서도 중국 정부는 기존의 후공정 유치전략에서 첨단 기술인 전공정 외자기업 유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인텔은 최근 다롄 지역에 25억 달러 규모의 전공정 투자계획을 밝히며 화답하는 등 외국계 기업의 움직임도 변하는 추세다. 방 법인장은 “핵심인재 확보, 정보보안 등을 위해서는 중국정부와는 물론이고 임직원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며 “이곳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마다 각기 다른 전략을 펴지만, 삼성전자는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장벽을 없애는 것을 최우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SESS는 3,400여명의 임직원에 대한 기술교육은 물론, 핵심인력을 선발해 한국 연수를 시키는 등 ‘삼성인’으로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법인 설립 후 처음으로 현지인을 팀장(부장급)으로 승진시켰다. 능력만 있다면 현지인들도 핵심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이다. 또한 법인장은 월례사를 중국어로 하면서도 현지 핵심인력이 보고할 때는 한국어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양국간 문화장벽 허물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SESS는 4번째 조립 생산라인인 8만5,000평 규모의 2단지 생산라인을 올 상반기 중에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올해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제품을 10개로 확대하고, 오는 2010년까지 중국의 반도체 매출 55억 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방 법인장은 “SESS는 삼성전자의 중국 및 아시아 공략의 전초기지 성격이 강하다”며 “중국 반도체업체들이 공정별로 보면 한국 기업을 많이 따라온 상태여서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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