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류인력도 한때는 갈릴레이나 데카르트 같은 유명 과학자들에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대표적인 기계론자인 두 사람은 만물은 기계적으로 서로 맞물려 작용하거나 중간에 어떤 물질이 없으면 작용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얼마 뒤 뉴턴이나 케플러 같은 인물에게는 만유인력ㆍ중력의 개념은 세상의 모든 법칙을 설명하는 근본 틀이 된다. 일본의 과학자이며 저술가인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만유인력의 개념이 과학사에 들어서게 된 데는 거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었다고 본다. 그는 이 같은 서양 과학의 전환 계기를 찾기 위해 행성의 운동법칙을 발표한 17세기 초에 활약한 독일 과학자 케플러의 저서를 들추기 시작했다. 케플러가 중력과 자력이라는 말을 같은 크게 구별하지 않고 사용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요시타카는 자력에 대한 이해가 중력과 만류인력을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근대 과학의 발전 과정을 자력과 중력의 역사에 비춰 추적한 그의 ‘과학의 탄생’은 20여년의 구상과 2년간의 집필 끝에 완성됐다. 일본 도쿄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1960년대 말 일본 학생운동을 이끈 인물이기도하다. 일본인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 교수 아래 교토대학에서 소립자 물리학 연구를 하면서 차세대 노벨상 수상자로 기대를 모았다. 그는 점성술이나 연금술 등 지금은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지는 생각들이 오히려 근대 과학에 더 큰 공헌을 했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1,0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넘기다 보면 저자의 두터운 과학적ㆍ문화적 소양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2003년 출판된 이후 마이니치신문 출판문화상과 일본 과학기술진흥재단 저술상을 수상하며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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