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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스런 「나는 몰라요」(사설)

한보사건이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과 분노는 5조원이 넘는 돈 때문만은 아니다. 사건 연루자들이 보여주는 뻔뻔한 발뺌 작태가 사람들의 화를 돋운다.물론 「나는 몰라요」증후군이 이번 사건 특유의 증상은 아니다. 범죄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잡범일수록 「범행은 잡아떼고 보자」는 식으로 나온다. 정치인이나 고위관료, 기업인들이 개재된 대형 비리사건에서 이같은 증상이 특히 심한 것은 범행연루자들의 지위와 관계없이 의식은 잡범수준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하루만 지나면 밝혀질 일을 갖고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떼는 그들의 모습은 역겹다. 「나는 몰라요」 신드롬의 압권은 아무래도 김영삼 대통령의 당진제철소 1단계 준공식 참석권유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공방이다. 지금도 공사가 끝나지 않은 당진제철소에서 지난 95년 6월 「1단계 준공」이라는 구실을 붙여 준공식을 가진 일부터가 냄새나는 일이긴하다. 그런 수상쩍은 준공식이었기에 대통령의 참석권유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면 전말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보철강 부도후로도 관계자들이 입이 닳도록 주장하고 있듯이 당진제철소는 부도를 내서는 안될 「국가기간산업」이다. 국가기간산업이 준공됐다면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돼야할 지언정 기피해야할 일은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참석문제는 통산부장관이나 청와대관련비서관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협의해서 결정할 사안이었다고 본다. 이제와서 누가 건의했고, 누가 만류했다고하는 것은 치사한 발뺌경쟁으로 비칠 뿐이다. 박재윤 당시 통산부장관은 자신이 참석한 이 준공식에 대통령의 참석을 권유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것은 뒷날 대통령에게 루가 될것을 미리 알았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대통령이 참석할 정도의 비중이 있는 행사가 아니라고 보았단 말인가. 이는 대통령의 참석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말이다. 김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 5일 해외공보관들과의 오찬석상에서 『당시 참석권유를 받았으나 가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당시 한보철강에대한 명확한 보고를 받고 참석여부를 결정했더라면 한보사태를 미연에 막을수 있었거나, 최소한 지금 시점에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근거가 됐을 것이다. 아무튼 한보사태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않으려는 공직분위기에 대해 국민들은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무책임한 인사들이 실세입네, 분신입네하며 대통령을 에워쌌다는데서 한보사건이 배태되었다고 보고있다. 주변의 혐의자들을 모두 가려내 처벌하는 것만이 한보사건의 진정한 수습책이 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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