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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청년창업사관학교, 혈세 낭비" 비판 거세

■ 먹튀생에 멍드는 청년창업사관학교<br>'1년간 사업유지 규정'에 폐업처리 않고 위장운영<br>창업 수요층 얇은 제조업에 혜택 집중… 자질부족 입교생 수두룩


지난해 식품 관련 사업 아이템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로 입교한 A씨는 졸업하기도 전에 학교 몰래 관련 업계 회사에 취직해버렸다. 처음 사관학교 입교 때는 독특한 아이템과 기술로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봤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업 후 1년 동안 사업을 유지하지 않으면 사업비를 전액 뱉어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사관학교 당시 세운 법인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유지하며 눈속임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관학교 1기 졸업생은 "사관학교 졸업생 가운데 규정 때문에 폐업처리만 안 하고 빈둥대는 사람도 상당수"라며 "멋모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쉽게 이 길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법인만 유지한 채 몰래 다른 데 취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자리 창출과 국내 산업기반 확충 역할을 해야 할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중진공의 잘못된 관리로 창업 사기꾼인 '먹튀생'을 양산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헛되게 버려진 것도 모자라 진지하고 치열해야 할 청년창업 풍토를 크게 좀먹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일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1기로 이곳에 들어온 창업자는 총 241명. 이 가운데 성적 하위 10% 의무퇴출 규정에 따라 12%인 29명만 중도퇴출되고 212명은 지난 2월 정상 졸업했다. 지난해 청년창업사관학교 예산은 총 180억원. 이 가운데 90% 정도를 사업지원비로 지출한 점을 감안하면 창업자 1인당 7,000만원 수준의 보조금이 무상으로 지원된 셈이다.

특히 졸업자 대부분인 200명 이상이 올해 신설된 청년전용창업자금을 통해 2%대 저리에 추가 지원까지 받은 총금액은 1억원가량이 된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올 2월 1기 졸업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정부는 청년사관학교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기생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240여명이지만 예산은 확정예산 150억5,000만원에 맞춤형 지원자금까지 더하면 지난해보다 많은 200억원 내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1일에는 광주광역시, 경남 경산시, 경남 창원시 등 3곳에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추가 설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부 졸업생들은 사실상 '사업포기' 상태인 것도 모자라 취업을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자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중진공의 사업 행태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퍼주기식 지원이 오히려 청년사업가들의 정신무장을 해제시켜 저조한 실적을 낳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따르면 입교와 동시에 의무적으로 창업한 현재 1기 졸업생 가운데는 아직까지도 매출을 전혀 못 내는 사업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특히 먹튀 졸업생들은 고정비용은 많이 들어가고 첫 매출은 늦게 나오는 제조업에 많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진공은 국가산업기반을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입교생 가운데 지식기반 사업가를 30%만 받고 나머지 70%는 제조업으로 채웠다. 하지만 제조업 창업 수요가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머리 수만 채워 세금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사관학교 전체 경쟁률은 6.5대1 수준이었지만 제조업은 이보다 한참 낮은 3대1에 머물렀다. 진입장벽이 낮아 자질부족의 사업자들까지 충분히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의 경우는 사관학교를 열고 나서야 창업공급층이 매우 적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변명했다.

결국 창업을 할 수 있는 자질도 안되는 지원자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지원을 쏟으면서 "해보고 안 되면 말자"는 그릇된 창업인식과 '세금불감증'을 심어줬다는 게 벤처업계의 공통된 비판이다. 벤처업계의 다른 한 관계자는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정부기관이 분별 없이 지원해주니 창업가들의 자생력이 되레 악화되고 있다"며 "성과 내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차라리 진입장벽을 높여 소수라도 제대로 된 창업자를 길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청년창업사관학교의 한 관계자는 "1기 사업비 정산이 5월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졸업생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 없었다"며 "만약 졸업 후 사관학교를 속이고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졸업생은 반드시 찾아내 지원비를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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