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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카운트 스토어유통개방1년 결산
입력1997-01-04 00:00:00
수정
1997.01.04 00:00:00
이강봉 기자
◎“세계가 놀란 한국의 첨병점포”/E마트 등 특유순발력 바탕 성장가도/해외시장 공략도 순조 선진업태 위협각국 경제환경변화에 따라 점포의 모습도 차츰 진화해 나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자본 투입규모가 큰 점포가 등장하고 또 강자에 맞서는 새로운 유형의 첨단형태의 점포가 나타나 강자들끼리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다보면 점포의 진화현상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계는 경직된 상업구조로 인해 구미·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점포 진화가 매우 늦은 편이었다. 심지어 대만이나 동남아 일부국가들에 비해서도 신점포개발이 뒤져왔는데 이를 순식간에 뒤집은 계기가 된 것이 유통업 전면개방이다. 지난해 정부가 단행한 전면개방 조치는 백화점·슈퍼마켓·재래시장 등 3개 업태가 주도해오던 국내 유통업계에 신업태를 잇따라 등장시키며 업계판도를 순식간에 뒤바꿔놓았다. 이들 신업태들은 신업태간의 경쟁을 통해 또다른 신업태를 양산하며 놀라운 속도의 점포진화현상을 재촉하고 있다. 이미 소비생활 깊숙이 침입한 할인점뿐만 아니라 뉴미디어를 활용한 무점포 통신판매시장, 중국 등을 기점으로 한 해외점포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며 판매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미국·일본 등 선진국 유통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유통업 전면개방이후 우려했던 국내 시장공략이 예상만큼 활발하지 못하고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월마트·케이마트 등 세계 굴지의 유통업체들이 국내 시장 진출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반면 국내 유통업체들은 시장다지기를 통해 오히려 기존 유통망을 확실히 구축해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유통업체 특유의 순발력있는 대응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금융 등 타 부문과는 달리 개방시대에 가장 성공적인 국내시장 방어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 방어를 위해 점포망을 세계로 확대하는 모습도 선보이고 있다. 최대한의 공격이 최대한의 방어라는 적극적인 경쟁력확보전략에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개방시대를 맞아 세계를 향해 뛰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실태를 총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중국 상해시에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과 「E마트」는 재계 전체의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국내시장 방어에 급급했던 국내 유통업체들의 소극적인 이미지를 단번에 뒤바꿔놓은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신세계의 전략은 다수의 해외점포망, 상품수집망을 구축한 후 글로벌마케팅을 실현하겠다는 것.
개방시대를 맞아 시야를 세계로 넓히지 않고서는 월마트·케이마트·까르푸·마크로·다카시마야 등 세계적인 다국적유통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결단에 의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 중국은 물론 동남아 등 아시아 전 지역을 대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화를 향한 신세계의 행보에 다른 유통업체들도 대부분 동감을 표명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 진출한 까르푸·마크로 등 다국적 유통업체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려 국제적인 상품수집망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최대의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은 이를 위해 국제업무담당부문을 최근 신설했으며 롯데그룹 20여개 해외지사망을 연계한 세계화전략에 착수하고 있다.
롯데는 특히 국제화를 위해 직원의 의식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수강료를 회사가 전액 부담하는 외국어교육을 실시하며 오는 2000년까지 연간매출외형 30조원, 세계 유통업체 중 매출 60위에 진입하기 위한 행보를 서서히 내딛고 있다.
할인점 「킴스클럽」의 호주진출도 특기할 만한 일이다.
뉴코아백화점이 운영하는 「킴스클럽」은 오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겨냥, 호주 유통업체인 대붕인터내셔널과 계약을 맺고 「킴스클럽」의 상호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자사 상품을 전담 수출하고 있는데 호주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타 지역을 대상으로 점포망을 확대해나가고 있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미도파백화점은 최근 중국 길림성 연길시 연길백화점과 자매결연을 맺고 상품 및 경영교류를 확대하며 중국 내 점포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
현대백화점은 러시아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 7월 블라디보스토크에 쇼핑몰 개념의 대형 점포를 개점할 계획으로 현재 활발한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잇따른 해외 진출은 해외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을 만큼 국내 부문에 있어서도 외국업체와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까르푸·마크로 등 이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유통업체들과의 판매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이 밀리지않고 있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지난해 1월 인천시 동구 송림동에 네델란드계 할인점 「마크로」가 문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인근 유통업체들은 큰 위기의식 속에 휩싸여있었다.
연면적 1만평이 넘는 매장을 3백여명에 불과한 매장 종업원이 운영하는 첨단 할인점 운영방식이 위협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점 1년이 돼가는 현 시점에서 마크로를 의식하는 국내 유통업체는 매우 드물다.
인천지역에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던 뉴코아백화점 관계자는 『마크로가 결코 뉴코아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뉴코아측은 마크로보다 오히려 롯데·신세계 등 인근지역에 신설되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신규 점포를 더욱 의식하고 있다.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는 많은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자사 특유의 판매노하우로 국내 시장 진입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마트」 「킴스클럽」 「그랜드마트」 등 대부분의 국내 할인점들이 3천∼5천종 정도의 상품을 취급할 수밖에 없는데 비해 백화점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2만여개의 많은 상품을 동시취급할 수 있다는 점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기심을 끌고 있다.
「까르푸」를 모델로 한 하이퍼마켓형 할인점들도 다수 생겨나고 있다.
나산그룹은 지난 11월 광명시에 유럽형 하이퍼마켓을 본뜬 할인점 「클레프」를, 동아백화점은 비슷한 하이퍼마켓형태의 할인점 「델타클럽」을 각각 오픈했다.
국내 특유의 모방심리는 다른 신업태가 그랬듯이 곧 성공적인 한국형 하이퍼마켓을 만들어낼 것처럼 보인다.
이같은 점포개발과 함께 개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개방을 앞둔 국내 유통업체들의 발빠른 입지선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국에 요지를 대형 업체들이 앞다투어 매입함에 따라 외국업체의 점포신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몇몇 외국 유통업체들이 전담팀을 구성하고 점포입지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별 성과는 거두지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입지에 백화점은 물론 할인점 등 신업태까지 속속 생겨나고 있어 국내 유통업체간에 치열한 판매경쟁이 벌어지고 오히려 국내 유통업계 대전환기의 시기를 맞고 있는 분위기다.
일찍이 유통을 개방해 구미·일본 등의 유통업체에 시장을 대부분 빼앗긴 동남아 각국의 실정과 비교했을 때 대형 유통업체들의 점포입지 선점과 비싼 땅값이 유통개방을 막은 주 요인이 됐다고도 할 수 있다.
향후 유통업체간의 경쟁은 첨단화가 필수적이다.
2000년대 가장 높은 성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무점포판매분야가 그것이다.
홈쇼핑TV를 비롯한 인터넷쇼핑·전자우편통신판매 등이 그것이다.
96년 무점포판매시장 규모가 4천억여원에 이른 것처럼 유통업계에 서서히 멀티미디어 선풍이 불고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통신개방은 국내외 유통업체간에 무점포부문경쟁을 예상케 한다.<이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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