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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협,미 암벡스 벤처그룹 이종문 회장 초청강연
입력1997-05-29 00:00:00
수정
1997.05.29 00:00:00
◎“21C승부 벤처기업 육성에 걸라”/지역인사가 열정갖고 실리콘밸리 조성해야/원활한 자금공급·산학연계 등 제반여건 필수기협중앙회(회장 박상희)는 28일 상오 서울 롯데호텔에서 미 암벡스 벤처그룹(AmBex Venture)그룹의 이종문 회장(69)을 초청,「21세기에 살아남는 중소기업」이란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이회장은 현재 암벡스 벤처그룹을 비롯해, 컴퓨터 그래픽카드 제조업체인 다아어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Diamond Multimedia Systems)사, 그리고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인 암벡스 테크놀로지(AmBex Technologies)사등을 거느리고 있는등 실리콘밸리의 실력있는 기업인중 한 사람이다.「눈에 보이지 않는 실리콘밸리, 왜 다른 나라는 안되는가」라는 소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강연회를 요약한다.<편집자주>
21세기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우리나라도 싱가폴, 대만처럼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에게 이같은 산업구조 구축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정권이 재벌편중등 잘못된 정책 구사는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막대한 재원을 엉뚱한 곳에 낭비, 이대로 가다가는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를 지경이다. 현재 국내 재벌은 제품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을 정복하기보다는 베트남에 골프장이나 짓는가 하면, 그나마도 가족중심의 족벌경영으로 다이나믹한 경영을 하지 못하는등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구소련에 빌려준 막대한 돈은 이제 받을 수도 없는 형편이 됐다. 밀실외교가 아니라 최소한 전문가와의 협의를 거쳐, 돈 빌려준 대가로 기술을 도입했다면 지금쯤 독일, 일본과도 맞설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중소기업을 축으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하며, 실리콘밸리가 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오늘의 실리콘벨리가 있기까지는 인간이 생활하기에 가장 알맞은 기후, 전자공학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스탠포드대학의 포진등 제반여건이 어우러진 결과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지식산업단지 육성을 위한 지역인사의 정열이다.
지난 1932년 스탠포드대학의 프레드릭 칼먼 교수는 서부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일자리를 찾아 동부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지역발전이란 차원에서 이 지역 대학 졸업생인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에게 오실로스코프(전기적 특성을 측정하는 기계) 설계도면과 시드머니 5백달러를 주며 사업을 권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휴렛패커드의 출발점이며, 실리콘밸리 형성의 모태다.
또한 스탠포드대학 부지내에 산업공원인 인더스트리 파크를 조성,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에게 대여해주고 대학의 각종 프로젝트에도 참여시켰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기업정착이 이루어지면 로얄티를 받는식으로 산학협동을 전개했다. 특히 이 지역을 미국 두뇌사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아래 하버드등 아이비리그의 유수 연구소를 유치했다. 미국 산업의 중심지를 동부에서 서부로 이전시킨 것이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실리콘밸리는 현재 6천여개의 하이테크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연간 매출액만도 2조억달러에 달한다.
우리도 지식산업단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의 예에서 보듯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자금공급의 원할화다. 벤처기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시드머니로 부터 시작해 각종 단계에 이르기까지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싼값에, 그리고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관련, 실리콘밸리의 경우 벤처기업 투자 수익율이 연간 30%에 달해 연간 금리 4.5%인 금융권을 제치고 돈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돈+메너징 노하우」가 함께 공급돼야 한다. 벤처기업의 제품은 만들때는 물론 팔때도 돈이 들어가는등 여러가지 부수적 지원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금융회사가 벤처캐피탈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왜 벤처기업에서 성장한 순수 벤처캐피탈이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과 기업의 연계도 필수적이다. 스탠포드대학의 인더스티리 파크처럼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제품의 공동개발에 나서면 양측 모두 풍요로워지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또한 법률서비스와 회계서비스를 위한 변호사사무실과 회계사무소, 그리고 정보 습득을 위한 컨설팅업체도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성공적인 지식산업단지 구축을 위해서는 이같은 제반여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관련산업의 클러스터(Cluster)화, 일종의 호송선단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실리콘벨리가 세계 첨단지식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관련산업의 연계 및 상호지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정구형>
◎인터뷰/이종문 미 암벡스 벤처그룹회장/“벤처기업 성장 본격화 겨냥/수출지향 패러다임 수정해야”
『일본은 이미 60년대말부터 벤처기업 육성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벤처기업지원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때늦은 감이 있습니다』
벤처산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망 벤처기업을 지원·육성,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암벡스 벤처그룹 밴 이종문 회장(69)은 일본에 비해 30년이상 뒤떨어진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현주소를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대학생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의 싹을 키우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고 설명했다.
벤처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수출지향패러다임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 벤처비즈니스의 출발점은 결국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정수준의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하기 전까지는 국내시장을 내실있게 다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먼저 세계수준으로 우리기술을 끌어 올려 놓고 시장개척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육성방침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전에도 벤처기업활성화 슬로건이나 프로그램은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정책을 수립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다. 일부 정부관계자가 상담을 부탁해 오지만 형식적으로 끝나는 일이 많아 가급적 피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주도의 벤처기업지원방침보다는 산업체 대학 개인투자가 등 민간차원에서 벤처기업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활성화되기 위한 여건이 성숙됐다고 보는가.
▲벤처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인큐베이션(Incubation)단계에서 시드머니(종자돈)가 다방면에서 수혈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은 기업의 신용도와 기술력 장래성을 보고 과감히 투자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대출기준으로 업체의 성장가능성보다는 담보능력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1세기에 있어 벤처기업의 위상과 중요도는.
▲2천년대에 들어가면 공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중소기업을 구심점으로 기술·지식집약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당국도 이를 인식해 대규모 벤처단지를 조성, 중소기업 중심의 풀뿌리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서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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