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정부가 이에 대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나 의식은 여전히 미미하다. 특히 정부의 각종 출산장려책에도 불구하고 임신한 근로 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편견과 불이익은 심각한 상황이다. 출산휴가 중인 회사원 주모(32)씨. 요즘들어 새삼스럽게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부럽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함께 낳았지만 친구는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까지 받아 아이를 직접 키울 계획이기 때문이다. 주씨는 “회사 분위기상 육아휴직이 힘들어 아이를 시골 시댁에 보내고 곧바로 직장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주씨는 임신 8개월차인 박모(31)씨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박씨는 상사에게 출산휴가 이야기를 꺼냈다가 “다시 일하고 싶으면 두 달만 쉬고 나오라”는 말을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노동부에 고발이라도 하고 싶지만 직원도 얼마 안되는 회사의 사내 커플이라 남편에게 해가 될까봐 쉽게 그럴 수 도 없는 상황이다. 임신 5개월차인 이모(27)씨는 사직서를 내야하나 고민 중이다. 직접적으로 사직을 강요받지는 않았지만 전과 달리 싸늘해진 사무실 분위기와 계속되는 남자 동료들의 담배 연기는 ‘나가라’는 압박과 다를 바가 없다. 이씨는 “갑자기 그만두면 경제적 타격이 너무 커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게 사직서 대신 권고사직 처리를 부탁했다”며 “그런데 회사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그럴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출산 장려를 위해 여성들의 근로 및 양육 병행 지원을 포함, 향후 5년간 19조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일하는 여성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한 예로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 해 산전후휴가(출산휴가) 및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및 지급현황에 따르면 출산휴가를 제대로 쓴 근로자 중 육아휴직을 이용한 비율은 26.0%였으며, 육아휴직자 중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25.4%에 불과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한노협)가 지난 해 전국 8개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여성 노동 상담 분석결과도 소규모 사업장 가임기 근로 여성들의 고민을 잘 말해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상담이 전체의 59.6%를 차지했으며 내용별로는 모성보호 및 성차별이 23.1%를 차지했다. 특히 모성보호 및 성차별의 경우 고용관련 상담이나 성희롱 상담이 줄어든데 반해 지난 해 보다 오히려 4.3%포인트나 늘어 여성 근로자의 임신ㆍ출산과 관련된 근로 환경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노협은 “20~30대에는 성차별과 모성보호, 30대 중반 이후에는 고용관련 상담이 높게 나타났다”며 “이는 여성들이 직장내 성차별, 직장과 가정의 양립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뒀다가 30대 중반 이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했을 때 고용이 불안정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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