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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금 國調, 이럴 바엔 다음정부서
입력2002-09-12 00:00:00
수정
2002.09.12 00:00:00
국회의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예비조사 단계에서부터 겉돌고 있다. 정부측의 자료제출 거부에다 증인선정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갈등이 원인이다. 정부의 자료제출 거부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시정돼야 할 일이다. 자료요구에 관한한 한나라당과 같은 입장이어야 할 민주당이 정부쪽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 예로 의원들이 금감위에 요구한 의사록이나 채권단과 워크아웃 기업간에 맺은 양해각서의 내용을 기업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정부측이 이 같은 자료의 제출을 기피하는 것은 관계자들의 책임소재와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한나라당측이 제기하고 있는 자료의 폐기 또는 분실 의혹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것이 사실이라면 국정조사를 그 문제에 집중시켜도 될만한 매우 심각한 일이다. 아울러 의원들의 자료요구가 산만한 게 아닌가 살펴볼 필요도 있다. 심지어는 있지도 않은 자료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렇다. 국회의 정부에 대한 자료요구는 해당기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범절은 지켜야 한다. 증인선정도 문제의 핵심과 관련된 인사에서부터 선정해 나가면 될 것을 주변적인 인사들에 대한 증인선정을 놓고 입씨름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번 공자금 국정조사는 공자금을 집행한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 투입과정과 상환대책을 정리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 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으로 인해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은 그런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실시되는 공자금 국정조사는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게 할 소지가 높다. 그렇게 되면 국정조사는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나 주는 일과성 통과의례로 끝나고 말 것이다. 대통령 선거일정 때문에 정기국회 회기가 한달 단축되었고 국정감사도 그만큼 단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정감사만 하기도 시간이 모자란 터에 투입자금이 1년 예산보다 많은 공적자금의 전모를 캐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따라서 국회는 공자금 관련자료를 보다 광범하게 수집 분석한 다음 공자금 집행과 거리를 두게 될 차기정부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보다 중립적이고 책임 있게 하는 길이라고 본다. 공자금 문제는 오늘의 세대가 후대에 빚을 넘기는 문제다. 공자금을 선거용 정쟁거리로 또 국정조사를 정쟁의 무대로 삼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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