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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구조 바뀐다/“독점생산 시대 갔다” 공격경영 박차

◎포철 전기로 설비 도입/한보와 ‘미니밀’ 본격 경쟁/현대 냉연·세아 판재류/동부 갈바륨강판 등 새사업국내 철강산업에도 무한경쟁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지금까지 지켜온 고유영역에서 벗어나 다른 업체의 분야로 진출, 경쟁을 선언하고 있다. 또 시장을 사수하기 위한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료생산국에 대단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90년대 막바지를 달구고 있다. 「경쟁에서 탈락하면 21세기를 맞이하지 못한다」는 절박함이 기업들의 변신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철강업체들을 상징하는 표현은 「보수경영」이었다. 신규사업을 추진하는데 3년 이상 걸린다 해서 이들 기업의 별명은 「3년검토」였다. 이는 ▲1개 고로업체(포항제철) ▲5개 전기로업체(인천제철·동국제강·한보철강·강원산업·한국철강) ▲5개 냉연·강관업체(동부제강·연합철강·현대강관·세아제강·신호스틸)로 짜여진 국내 철강산업구도상 「죽기살기」식의 경쟁없이도 안정적 경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업영역 구분에 따른 시장분할은 이들 기업의 경영에 「안전판」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업영역 구분이 이제 무너지고 있다. 고로업체와 강관업체가 전기로사업에 진출하고 있으며 전기로업체들은 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사업구조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 스스로 안전판을 흔들며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포철은 지난해 10월 준공한 전기로설비를 통해 열연강판 시제품을 생산하는데 최근 성공했다. 그동안 국내 유일의 전기로방식 열연강판 생산업체였던 한보철강의 아성에 도전한 것이다. 포철은 올해 1백62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한보철강의 부도 이후 포철출신 경영인들이 재산보전관리단으로 선임돼 한보를 경영하고 있지만 한보의 매각이 올해안에 성사될 경우 내년부터 포철과 한보의 「미니밀 부문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강관은 냉연시장에 새로 참여한다. 현대는 전남 율촌공단에 연산 1백80만톤 규모의 대형공장을 오는 99년까지 건설키로 하고 이달초 기공식을 가졌다. 이 회사의 냉연공장 건설은 그동안의 주력사업(강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수순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세아제강도 강관업체로서의 한계를 벗고 부가가치가 큰 판재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컬러강판 공장을 건설 중이며 동양석판도 아연도강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동부제강은 최근 아산공장을 착공하고 기존 냉연강판 외에 표면처리강판 가운데 하나인 갈바륨강판 사업을 새로 벌이기로 했다. 이 회사는 아산공장에 전기로를 건설, 미니밀 사업에 뛰어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규참여 업체를 따돌리기 위한 질적고도화 차원의 구조조정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전기로업체인 한국철강은 열연도금강판 사업에 진출, 최근 연산 18만톤 규모의 포항공장을 착공했다. 강원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철근라인을 줄이는 대신 고급 중형강 위주로 생산품목을 조정하고 있다. 업계의 활발한 해외진출도 같은 맥락이다.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와 현지시장 선점, 경쟁력 상실부문의 생산기지 이전 등이 해외투자를 가속화하는 주된 요인이다. 철강업체들이 이처럼 아성 무너뜨리기와 해외진출을 통한 구조조정에 대거 나서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생산체제와 구습 경영방식으로는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후발국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선진국들에 대한 가격경쟁력 우위를 계속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의식의 발로다. 경쟁이 무르익으면서 철강업체들의 별명은 「3년검토」에서 조만간 「즉각시행」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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