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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기 기승 경제법안 변질] 이해집단 로비밀려 원안 잇단 후퇴
입력2003-04-24 00:00:00
수정
2003.04.24 00:00:00
구동본 기자
정부가 마련한 보험업법과 자산운용업법 등 경제법안이 집단이기주의와 로비에 밀려 흔들리면서 경제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는 참여정부가 경제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에 정면으로 배치돼 경제개혁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경제법안의 입법에 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경제정책은 경제상황에 따라 정부 입안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이기주의와 로비로 명분과 근거도 없이 시장질서와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경제정책이 변경될 경우 정부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또 다른 집단이기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
◇금감원의 각종 공제 감독 배제=방카슈랑스(은행ㆍ보험 겸영) 도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77년 이후 26년만에 전면 개정한 보험업법안의 국회심사에서 가장 큰 쟁점은 각종 공제의 보험업법 적용 여부였다. 정부는 당초 국내 33개 공제 가운데 농협ㆍ수협ㆍ신협ㆍ새마을금고 공제와 우체국예금 등 5개 공제에 대해서는 보험업법을 적용,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회원모집과 회비모금, 재무건전성 등에 대한 감독을 받도록 할 방침이었다. 지난 2001년 현재 총자산 규모가 38조5,687억원인 이들 공제가 가입대상이 조합원으로 국한된 다른 공제와 달리 일반인을 가입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외부 감사를 받지 않을 경우 일반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농협공제는 농림부, 수협공제는 해양수산부, 새마을금고공제는 행정자치부, 신협공제는 금융감독위원회, 우체국보험은 정보통신부가 운영하면서 자체규정으로 감독해왔다. 보험업법의 공제관련 부분이 변질되기 시작한 것은 재경부가 국회에 법안을 내기 앞서 공청회를 열려고 한 때부터다. 당시 대상 공제들은 재경부 주최 공청회를 무산시키고 신문광고 등을 통해 부당성을 제기했다. 재경부는 이에 따라 보험업법 보칙에 기존 공제는 제외하고 앞으로 신설될 공제에 대해서만 보험업법을 적용하는 절충안을 보험업법안에 담았다. 그러나 국회는 기존공제와 신설공제를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아예 모든 공제를 현행대로 금감원 감독을 받지 않도록 했다.
◇투신펀드 재산평가 외부 의무위탁=자산운용법안은 정부가 현행 증권투자신탁업법과 증권투자회사법을 통합, 동일한 자산운용 행위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정부의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된 이 법안의 핵심 쟁점사항은
▲투신펀드 자산평가업무 외부위탁 의무화
▲투산사의 수익증권 직접판매 허용시기 2년 유예 등이다. 투신펀드 자산평가업무 외부위탁 의무화와 관련 재경부는 자산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펀드재산에 대한 시가평가제도의 전면 시행으로 계산업무는 미리 재산별로 정해진 평가규정에 따라 단순히 처리하기만 하는 기계적ㆍ반복적인 업무이고 그동안 이러한 계산업무를 이용한 불법행위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명목회사(페이퍼 컴퍼니)로 실체가 없는 증권투자회사(뮤추얼펀드)와는 달리 계산업무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적ㆍ물적 설비를 갖출 수 있는 투신사까지 계산업무를 의무적으로 외부에 맡기게 되면 불필요한 수수료 부담만 가중시켜 펀드 수익자에 대한 배당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31개 투신사중 19개사가 계산업무를 외부위탁하고 있고 이 가운데 5개사는 계열사에 외부위탁하고 있다. 외부위탁 투신사 대부분도 계산업무 의무화 방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경제부가 이 규정을 만든 것은 모 위탁회사부터 로비를 받은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투신사의 수익증권 직접판매 시기 2년 유예도 `증권회사 봐주기`란 시각이 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지난 95년 투신사의 수익증권 판매금지 이후 은행과 함께 수익증권 판매를 독점해온 증권사들의 반발과 대우사태 때 증권화사가 부담한 손실분을 보전해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대우사태 때 부담한 손실분을 대부분 만회한데다 증권회사 손실보전을 일반 국민인 투자자가 판매수수료 형태로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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