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실리콘수술 부작용 승소 김연호 변호사

“이번 미국 다우코닝사의 실리콘제품 부작용 배상 판결을 계기로 집단소송제의 국내도입 논의도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들도 앞으로는 자기 제품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다국적 화학업체인 다우코닝사의 실리콘을 사용한 유방확대수술 후 부작용으로 피해를 본 국내 여성들을 대신해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진행, 승소판결을 받아낸 김연호 (44)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사회ㆍ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먼저 1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유방수술 피해자들의 구제. 지난해 12월 11일 미국 연방법원의 최종판결에 의해 94년부터 집단소송에 참여한 1,200명의 국내 피해자들이 총 2,500만달러의 피해 배상을 받게 됐다. 유방뿐만 아니라 수술 후 다른 신체부위 후유증 피해자들도 피해정도에 따라 배상을 받는다.

김 변호사는 “다우코닝사에 대한 이번 집단소송에는 전세계에서 38만명이 참여, 배상액이 총 24억달러로 결정됐다”며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국내 피해자들도 2월 중순까지 피해정도를 증명하면 일정한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국내 집단소송제의 도입을 촉진,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들에게 보다 안전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한 결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소송에서 다우코닝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추가비용 6억달러를 포함, 최대 30억달러로 향후 17년간 배상절차를 진행한다”며 “그동안 소비자 보호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국내기업들에게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소비자 집단소송제를 현실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균관대를 나와 지난 85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김 변호사는 군법무관을 거쳐 89년 2월 개업했다. 개업하고 나서 얼마 뒤 한국법학원 추천으로 미국 하와이대 교환교수로 파견된 것을 계기로 로스쿨을 졸업, 미국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국내에 들어와 다시 개업한 것이 93년 12월. 이듬해 유방확대수술 피해자들을 모으고 있던 YMCA를 만난 것이 다우코닝사와의 기나긴 소송의 시작이었다. 중간에 다우코닝사의 파산을 겪고 연방대법원에서 연방지법으로 환송돼 최종결정을 보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미국만 50여번을 왕복했다.

그 동안 소송을 혼자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프로의식을 강조했다.

<최수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