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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1-6. 시민참여 도시계획이 없다
입력2003-04-09 00:00:00
수정
2003.04.09 00:00:00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높이 65m의 성미산. 이름조차 낯설었던 이 동산은 올해 초 상수원 배수지를 건설하려는 서울시와 환경보존을 주장하며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ㆍ시민단체들이 정면 충돌하면서 어느새 익숙한 곳이 돼 버렸다.
수원시 동쪽 끝에 위치한 이의동.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 곳도 수원시가 행정타운과 2만여 세대를 갖춘 340만평 규모의 자급자족형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자 시민ㆍ사회 단체가 녹지 보전을 이유로 강력 반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역이다.
서울 외곽순환도로의 사패산 관통터널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공사가 중단됐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곳뿐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고가차도 신설, 그린벨트 해제 등 각종 도시개발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시민단체간의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 참여`사실상 봉쇄= 도시계획을 둘러싸고 지자체ㆍ주민ㆍ시민단체 등 이해 세력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개발 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충분한`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정책기본법 등 관련 법률에 따르면 도시계획을 수립하려면 해당 지자체는 기본안에 대한 공고ㆍ공람과 함께 공청회ㆍ설명회 등의 의견 수렴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봉쇄되고 있다. 개발계획 기본안 작성 과정은 핵심적인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비공개로 이뤄진다. 비공개로 하는 이유는 정보가 공개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취지. 하지만 해당 주민에게 알려지는 단계에서는 일방적인 개발 발표로 인식되고 극심한 반발로 이어지기 일쑤다.
◇형식뿐인 `의견 수렴`= 지자체가 일단 도시 계획안을 발표하면 전면 포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심의기구인 도시계획위원회나 건축심의위원회조차 도시계획을 백지화할 수 없다.
시민ㆍ사회단체의 의견이 쏟아져도 대부분 소수의견으로 무시되거나 계획안을 일부 수정하는 수준에 그친다. 결국 공청회나 주민 공람, 여론조사 등의 절차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비록 지자체가 시민 참여를 위한 법적인 절차를 준수한다고 해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대부분의 경우 주민공람이 지자체 게시판이나 지역신문 구석에 실려 많은 주민들이 공람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적용 대상을 교묘히 비켜나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화와 타협`의 전통 만들어야= 하지만 지자체가 법적인 절차를 제대로 따른다고 해도 각종 개발사업과정에서 각 이해집단간의 이해가 상충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합의점을 찾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 하지만 지자체와 주민 등 당사자들의 경험과 협상 노하우가 부족해 사소한 갈등이 전면 충돌로 비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협상의 기본 바탕은 `상호 신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신뢰가 무너질 경우 타협안 마련은 커녕, 실력행사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실제 대부분의 경우 지자체는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주민들은`무조건 반대한다`는 인식을 상대방에게 심어놓는 게 현실이다.
도시계획의 시민참여운동을 벌이고 있는 수원시 환경운동센터의 안병주 국장은“아무리 법적인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도 사소한 갈등까지 해결해 줄 수 는 없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와 협상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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