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흉작이라고? 그렇다면 해운주를 사라. 한파가 닥쳐도 마찬가지다. 곡식이나 원유의 이동과 운송수요가 많아져 해운회사의 수지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신작 '배 이야기'의 일부 내용이다. 배와 바다의 역사와 문화, 관련산업 발달사가 담겨 있다. 243쪽이라는 길지 않은 분량에 방대한 지식을 녹여낸 저자의 역량이 돋보이는 책이다. 책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바다에 떠서 움직이는 배가 대학 캠퍼스와 호화 아파트로 쓰인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해난사고시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구조하는 숭고한 전통을 낳은 버큰헤이드호의 감동적인 침몰, 세계사의 흐름을 서양중심으로 돌린 대항해시대와 선박에 대한 전문지식이 쉽고 간결한 문장 덕에 술술 읽혀진다. 서울경제신문 국제부장으로 재직중인 저자는 인하대 조선공학과 졸업후 조선ㆍ해운업계를 10년 이상 담당한 전문가. 전편 격인 '배 이야기'(1996년 출간)가 자료수집에 4개월, 정리하는 데 2개월 걸린 데 비해 '배 이야기 2'는 자료수집에 10년이 걸렸을 만큼 내용이 알차다. 배와 관련된 얘기뿐 아니라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생활습관에서 냉동기술 발달사, 샴페인의 유래, 배의 유선형과 여체의 곡선미의 상관성까지 읽을 거리가 가득하다. 책은 세계 1위를 달리는 한국조선산업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기도 하다. 조선과 배의 역사에 대한 시대별 연구, 모형제작 관련 동호회와 인터넷 사이트로 넘치는 왕년의 조선 강국들과 달리 한국의 경우 일반국민의 관심은 미미한 형편. 책은 조선산업에 대한 이해와 저변을 단박에 늘릴 수 있는 처방전 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