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RC가 무너진다] 투자는 뒷전 불법 수신 행위까지
입력2001-05-16 00:00:00
수정
2001.05.16 00:00:00
일년도 채 안돼 자금회수…단순 브로커 역할 머물러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이 '구조조정 투자'라는 본궤도에서 이탈하고 있다. 상당수의 순수 CRC들이 조합구성이나 신규투자는 물론 자금 확보계획 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주업무인 투자 보다는 단순 컨설팅에만 골몰하는 게 현실이다. 주객이 바뀌어도 한참 바뀐 셈.
조합구성을 못해 자체자금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부분 최소 자본금인 30억원으로 구성되다 보니 투자보다는 자금 회수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하지만 CRC의 문제는 단순히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담당부처의 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이름만 걸어놓고 CRC는 법적으로 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고 있는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등 불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업체의 한관계자는 "CRC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고 이를 이용해 엉뚱한 짓을 한다는 얘기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관계 당국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름만 CRC
"현재 우리회사는 브로커 위주의 업무를 하고 있다. 포지셔닝(투자)만이 능사가 아니지 않은가" "자금이 묶여 있어 지금까지 한건도 투자를 못했다. 여기저기 컨설팅을 하며 회사를 운영해 왔다"
업체 관계자의 말처럼 순수CRC의 주된 업무는 투자가 아닌 브로커와 컨설팅이다. 투자실적이 전무한 곳으로 파악된 업체 24곳중 절반 이상이 담당 부서는 물론 담당자조차 두고 있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단순히 기업이 자금이 필요할 때 이를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당연히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투자를 한 업체도 구조조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는 마찬가지. CRC들은 대부분 최소 자본금인 30억원에서 출발해 1~2개 업체에만 투자를 해도 금새 자금 부족현상을 겪게 된다. 빚을 지면서 투자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업체들은 '투자'보다는 '회수'에 더 열을 올리게 된다. 지난해 두개업체에 투자를 했던 한 업체는 일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투자자금을 회수, 해당회사로부터 원성을 산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업무중단ㆍ행방불명 업체 수두룩
서울 강남에 주소를 둔 A사. 하지만 등록된 곳으로 연락을 하면 전혀 엉뚱한 공장이 나왔다. 공장의 관계자는 "벌써 몇번째인지 셀 수도 없다.
불과 두 세달 사이에 수백통을 받은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다른 업체인 B사에 연락을 하자 이번에는 한 통신서비스 업체 대리점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현재 CRC로 등록을 해놓고 업무를 중단하고 있는 곳은 파악한 업체만 무려 10여곳. 거의 모두 소재지가 불명확하거나 연락 두절인 상태다.
그럼에도 산자부는 연락이 안되거나 투자실적서를 제출하지 않은 곳이 4곳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후관리가 거의 안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업체의 관계자는 등록후 지금까지 한번도 감독당국에서 직접 찾아와서 실사를 벌인 적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공공연한 불법행위도
현재 CRC는 구조조정 조합 구성을 위한 펀드 모집 이외에 일체의 파이낸싱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펀드가 위험성이 큰 것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구조조정펀드를 '공모'가 아닌 '사모'로 제한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정부에 등록된 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공공연히 파이낸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알려진 비밀이다.
실제로 지난해 등록을 한 업체의 관계자는 "회사를 설립할 때 파이낸싱을 주업무로 해서 등록했다"며 공공연히 말하고 있으며 또 다른 업체에서도 "정부에서 등록증을 내주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드러내 놓고 파이낸스 영업을 하는 실정이다.
주주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D,E사가 주주구성을 허위로 작성해 산자부로부터 등록을 취소당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한관계자는 "일부 CRC가 정부의 공식 등록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등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장치 거의 없어
CRC들이 일탈현상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들에 대한 감독ㆍ규제 장치가 거의 없기 때문. 투자대상이나 금액, 활동에 대한 제한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이들에 대한 제재조치는 등록후 2년동안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경우 등록취소하는 것이 유일하다. 하지만 등록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다른 사업을 했을 경우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이달초 산자부에서 투자기한을 등록후 6개월로 단축하고 조합원 명단제출 의무화등의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뒤늦게 마련했지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졸속투자의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또 투자를 일임받을 경우에는 조합을 결성하지 않고도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항을 피해갈 수 있다.
업계의 한관계자는 "CRC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등록기준 강화보다는 사후관리 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기적인 현장 실사와 상시 감독체계, 그리고 투자대상의 명확한 설정이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규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