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서 '왕자의 난'이 발생하자 계열사 주가가 들썩거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차남인 신동빈 롯데 회장 체제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여전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확고한 만큼 지분 변화에 따라 또다시 관련주들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쇼핑(023530)은 전일 대비 1.78%(4,000원) 오른 22만9,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롯데제과(004990)도 전날보다 2.16%(4만원) 오른 189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5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밖에 롯데관광개발(032350)(2.15%)과 롯데손해보험(000400)(7.93%)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이날 롯데그룹주들의 주가를 들썩거리게 만든 것은 신 총괄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 소식이었다.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신 회장의 2세 경영체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내내 약세를 면하지 못하던 롯데그룹주들은 신 총괄회장의 해임 소식이 전해진 오후 들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롯데제과의 경우 2%대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오후2시 이후에는 장중 3% 넘게 뛰어오르기도 했다. 롯데쇼핑과 롯데손해보험 역시 오후 들어 주가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신 총괄회장의 해임으로 차남인 신 회장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계열사 보유 지분 정리 과정에서 롯데그룹주들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미 신 회장이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을 제치고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서 승계 작업을 진행해오던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까지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신 회장 체제가 더욱 확고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계열사 간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신 회장의 지분 정리 작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주가 변동성도 한층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신 회장이 롯데쇼핑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그룹 오너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비상장사인 호텔롯데는 롯데쇼핑(8.83%)과 롯데제과(3.21%)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13.46%)과 신 전 부회장(13.45%)이 비슷한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제과는 신 회장(5.34%)이 신 전 부회장(3.92%)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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