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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시간 앞두고 현대차 비전 선포식 연기 '상생 스트레스' 탓?

겉으론 "최근 사회적 분위기 감안"<br>공정위장 참석 '상생행사'와 겹치자<br>따가운 시선 우려 부랴부랴 미뤄

1일 오전6시40분께. 현대차그룹 실무진은 출범 10주념을 기념해 이날 오전9시에 열기로 했던 '비전 선포식'을 연기한다는 통보를 최고경영진으로부터 받았다. 직원들은 서둘러 전날 밤까지 준비했던 행사장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일찌감치 양재동 본사에 도착해 있던 계열사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현대차그룹이 이날 열기로 했던 비전 선포식에서는 자동차전문그룹 출범 10년을 정리하는 한편 처음 만든 그룹 이미지통합(CI)과 장기 비전 공개가 예정돼 있었다. 이렇게 큰 의미를 갖는 행사가 시작 2시간여를 앞두고 돌연 연기된 배경은 무엇일까. 재계 안팎에서는 "여러 사연이 있겠지만 현대차그룹의 이날 모습은 최근 대기업이 겪는 상생 스트레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 측은 이날 행사 연기 발표 직후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이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분위기 속에서 내부 행사라 할지라도 그간의 실적을 자축하고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는 모습이 자칫 '잔칫집'으로 비쳐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는 얘기다. 특히 이날 오전11시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현대차 협력업체 간 공정거래협약 체결식'이 열렸던 것도 다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해 현대차ㆍ협력업체 간의 '상생협력 행사'가 열리는 날에 더 큰 그룹 행사를 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실제로 현대차그룹 홍보실은 비전 선포식 연기 결정 후 갑작스레 협력업체 간 협약 체결식 자료를 각 매체에 배포하느라 부산을 떠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행사 모두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정돼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 같은 관측도 이날 비전 선포식이 당일 연기된 것을 설명하기는 충분하지 않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부의 판단이나 결정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외부 '윗선'과의 교감이 뒤늦게 이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날 벌어진 기아차 노사의 임단협 잠정합의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아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문제는 합의안에 대한 노조의 찬반투표가 2일로 예정된 것.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최근 내부적으로 그룹 정식 명칭을 '현대차그룹'으로 바꿔 써왔으며 이를 이번 선포식을 통해 공식화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앞두고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이어가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결국 그룹 명칭에서 '기아차'를 뺀 데 대한 기아차 노조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노조 찬반투표 이후로 행사를 미뤘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딱히 어느 한 요인으로 행사 연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날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고 또 내부 행사였던 만큼 연기가 가능해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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