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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계 자금은 총 12조4,52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장기투자 성격이 짙은 미국 자금은 4조8,000억원으로 전체 유입액의 40%에 육박했다.
외국인은 과거 내외부 환경에 쉽게 휘둘려 허약한 국내 증시에서 단기이익을 취하고 빠지고는 했다. 35거래일 동안 장기투자 자금이 유입된 것을 보면 이제 국내 증시는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안겨주는 시장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싱가포르 등 단기적 성격의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장기투자 자금의 유입세가 최소한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순매수 랠리를 시작한 지난 8월23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주식을 총 12조4,520억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1998년 1월 3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할 당시 사들인 금액이 3조2,000억원, 2010년 22거래일 동안 6조8,000억원을 사들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매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순매수 랠리 기간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네이버ㆍ현대차ㆍ포스코 등 대형주 위주로 국내 주식을 주워담았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조2,920억원어치 사들였고 SK하이닉스(1조5,625억원)도 쇼핑 바구니에 넣었다. 전체 순매수 금액 중 삼성전자의 비중은 27.16%, SK하이닉스는 12.89%로 각각 시가총액 비중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외국인은 시장 평균보다 이들 주식의 매력을 더 높게 봤다는 얘기다.
이밖에 현대차와 포스코ㆍSK텔레콤 등도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은 반면 현대모비스와 신한지주는 시가총액 비중에 비해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35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 유입된 미국 자금은 4조8,000억원으로 전체 유입액의 38.5%를 차지했다. 영국 자금이 1조7,000억원 순유입됐고 케이맨제도(8,000억원)와 싱가포르(5,000억원), 룩셈부르크(4,000억원), 프랑스(2,000억원)도 매수 상위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자금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주가 상승과 연말 배당을 노리는 장기자금으로, 영국과 프랑스ㆍ룩셈부르크 등 유럽계 자금과 싱가포르 등은 헤지펀드 중심의 단기투자 성격이 짙은 자금으로 분류된다.
눈에 띄는 모습은 장기투자 성격이 짙은 자금은 매수세가 커지고 있는 반면 단기투자 자금은 매수규모가 크게 줄었거나 순매도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9월 한 달간 2조원의 국내 주식을 쓸어담았던 미국은 이달 들어서는 11거래일 동안 이미 1조9,000억원 이상을 사들이며 지난달 순매수 규모에 근접했다. 반면 지난달 1조1,760억원이 유입됐던 싱가포르 자금은 이달 들어 2,700억원 순유출로 돌아섰고 프랑스도 지난달 6,900억원 순매수에서 이달 1,400억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또 지난달 1조3,5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영국 자금은 이달 들어 1,500억원 순매수로 쪼그라들었고 룩셈부르크 역시 3,76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매수규모를 줄였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월부터 국내 증시 유입이 본격화됐던 미국계 자금이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유럽계 자금과 싱가포르 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선 데 대해서는 "최근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통상 4% 정도의 단기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헤지펀드들이 차익실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 초에는 재차 미국의 국가 디폴트 문제가 불확실성으로 등장할 수 있어 합의 여부가 외국인 매수세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석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 하향 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커 연기금 위주의 미국 자금은 올해 말까지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2,100포인트 중반까지 상승하고 원화가치가 고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내년 초에는 미국의 국가부도 위기 논란이 재차 불거지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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