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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락 대응방안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추세가 7월 들어 급격히 빨라져 급기야는 그동안 관망하던 정부로 하여금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게 하고 있다. 하지만 원화 평가절상추세가 미국 달러화의 약세라는 대세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에 따른 속도조절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추세 자체의 변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의 달러화 약세 용인은 은연중 다른 나라들이 대미 수출증대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국내수 진작을 주축으로 경기부양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의미가 있다. 환율급락이 우리 경제 여러 분야에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보면 우선 대부분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5월께 무역관련 단체에서 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많은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해서 손해나 이익을 보지 않는 손익분기점 원화환율을 1,200원대 중반으로 제시했다. 최근의 수준은 1,200원을 휠씬 밑돌고 있으니 설령 5월의 설문조사가 좀 부정확하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는 달러표시 수출단가를 올리지 못하면 손해보며 수출을 해야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는 말이 된다. 특히 의류나 직물ㆍ철강 등의 품목은 올 들어 지속적인 부진을 보였는데 환율하락으로 인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길게 보면 과거 우리경제는 환율이 1,000원 아래였던 때에도 수출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업들이 적응하게 될 것이다. 요는 앞으로도 원화환율은 외부여건의 변화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처럼 원화가 평가절상되면 우리 수출품의 외화표시 가격이 오르게 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수출을 할 수 있으려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가격에 상관없이 꼭 써야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주요 부품이나 소위 일등품목 개발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두째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중 한가지라도 해결하지 못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수출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환율급락은 거시경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수출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50%에 육박했는데 이는 우리 기업들이 만든 물건의 약 반정도를 해외에 판매해왔다는 의미다. 그러니 자연히 우리 수출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여건변화가 바로 국내경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환율급락이 부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율은 하반기 물가 향방에 수출회복과 수입물가 등 두 가지 경로로 영향을 미친다. 환율하락은 우리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 감소를 가져와 경기회복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총수요증가를 억제함으로써 물가안정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 원화강세가 수입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특히 높은 국제유가가 국내물가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따라서 환율 하락추세는 우리경기에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물가전망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한국은행은 물가압력을 우려해 금리를 올려야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이번 환율변동의 특이점은 단기간에 변동폭이 크다는데 있다. 이럴 경우 환차익과 환차손이 크게 발생하게 된다. 환차익을 보는 기업은 좋아할지 모르나 다시 환율이 큰 폭으로 뛸 때는 큰 환차손을 볼 수도 있다. 만약 대외거래가 많은 제조업체가 이런 식으로 환리스크에 노출이 돼있다면 그것은 회사에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 무모한 도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외환시장의 규모증대에 따라 환율변동에 따르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이 개발됐는데 아직까지 기업들의 이용도가 낮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대외거래규모가 크다면 중소기업ㆍ대기업 상관없이 환 리스크를 줄이는 상품을 적극 이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정부가 환율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훨씬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천수답 농사짓듯 정부가 어떻게 해주겠지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앞으로 성공적인 기업의 조건으로 환리스크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허찬국<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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