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단독 보도했던 무상보육 대란이 결국 현실화됐다. 당장 다음달부터 서울 강남권의 0~2세 무상보육 예산이 '서초∙강남구→송파구' 순서로 바닥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의 보육 중단을 막기 위해 다른 예산을 끌어다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비상 수단을 이용해도 한두 달밖에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기획재정부와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따르면 오는 6월과 7월 각각 10곳과 19곳의 전국 지자체에서 무상보육 예산이 고갈된다.
이 중 6월 재정고갈 지자체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서초∙강남 ▦부산 강서 ▦강원 평창∙화천 ▦충북 단양∙옥천∙청원 ▦충남 천안 ▦경남 거제 등이다.
3∙4분기 중 무상보육 예산이 고갈되는 서울 지역 자치구는 ▦6월 서초∙강남 ▦7월 동작∙마포∙송파 ▦8월 구로∙노원∙동대문∙성동∙영등포∙용산∙종로 등 모두 12곳이다.
이 중 서초구는 다른 예산으로 돌려 막을 여유도 없어 다음달에 곧바로 무상보육 사업이 중단되며 강남∙송파구는 일부 돌려 막더라도 한 달가량밖에 버티지 못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우리 구에 배정된 보육예산(정부∙서울시 지원예산 포함)이 모두 135억원가량인데 지난 4월에만 벌써 57억원 정도가 소요됐으며 다음달에 바닥난다"며 "다른 예산을 일부 끌어다 쓰더라도 7월까지밖에 못 버틴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서초구는 가장 심각하다"며 "강남구는 보육예산 중 60% 정도를 정부와 시에서 지원해주지만 서초구는 36%밖에 지원을 못 받아 6월이 지나면 무상보육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도지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예산에서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중 일부를 무상보육 예산 부족분으로 충당하라고 5월 중순께 지자체에 교부해줬지만 이 돈은 이미 기초노령연금 등 다른 사업 예산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무상보육 사업비 부족액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도지사협의회 측은 정부가 올해 예산에서 추가로 무상보육 예산을 보충해줄 수 없다면 일단 지자체들이 올해 지방채를 발행해 빚을 끌어다 충당한 뒤 해당 원금과 이자를 내년도 정부 예산으로 갚아주는 사후보전 방식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방세인 취득∙등록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면서 그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을 사후보전 방식으로 갚아 메워준 바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 무상보육 문제 등을 풀기 위한 테스크포스(TF)가 꾸려진 만큼 조만간 추가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TF는 지난달까지 총 두 차례의 회의를 한 후 추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무상보육 대란은 국회가 지난 연말 지자체들과의 협의 없이 정부의 동의 아래 영∙유아 무상보육 대상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전 계층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불거졌다. 지자체들은 이로 인해 올해 7,000억원대의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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