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사이버보안 체계가 무너지면서 정부 대응역량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1년 전에 수립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이 사실상 실효성 없는 '눈 가리고 아웅' 식 방안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지난해 7월4일 정부는 주요 방송국과 금융기관을 해킹한 '3·20 사이버테러', 정부기관과 언론사·기업 등을 해킹하고 서버를 파괴한 '6·25 사이버공격' 등 사이버위협 사건이 잇따르자 범국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겠다며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을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무려 16개 부처가 참여해 만든 이 안에는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를 청와대가 맡고 민관군 합동대응팀을 중심으로 유관기관 간 스마트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5개월 이상 지난 현재 실질적으로 나아진 것은 전혀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만600건에 그쳤던 해킹 신고처리 건수는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벌써 1만2,847건을 기록했다.
실제 사이버테러를 총괄할 청와대에는 이를 담당할 전문직원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대응 시스템이 그 흔한 법 하나 없이 규정으로만 처리되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보안 대책 이후 쉼 없이 터져나오는 일련의 해킹 사고와 우왕좌왕하는 대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허술한 사이버보안 체계에 대해 자화자찬과 변명을 늘어놓는 데 열중했다. 지난달 17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의 1년 성과를 점검하며 "범정부 차원의 확고한 사이버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를 확립해 사이버 안심국가의 초석을 다졌다"고 강조했다. 한수원 해킹 사건은 이 발표 후 고작 22일 만에 발생했다.
더욱이 컨트롤타워를 맡겠다는 청와대의 경우 "유출자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게 대응의 전부다. 이번 한수원 사태의 주무부처 중 하나인 미래부의 윤종록 제2차관은 이와 관련해 "현 보안체계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기존 것을 계속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광범위하게 테러 위협을 감시하고 있다"고 해명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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