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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2조 빅딜] 이건희 회장이 매각 큰그림… 3세 승계구도 더 명확해져

삼성그룹의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 매각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사업재편 과정의 하나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5월 쓰러지기 전에 검토를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리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의 시작을 알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이번 매각 결정은 삼성 사업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편작업 과정상에 있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화가 삼성탈레스의 방산 관련 사업부 인수를 제안한 것이 거래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애초 화학 부문을 정리하려고 했던 삼성의 계획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5월 병상에 눕기 전 이번 매각을 포함한 큰 그림을 검토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종합화학의 지분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4.95%, 이 회장이 0.97%씩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이 이 부회장의 단독 판단보다는 이 회장이 승인한 사안이라는 데 무게를 실어준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만들어놓은 그룹의 사업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각규모만도 수조원에 이르고 경영·산업 환경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공백 기간이 반년 이상 지속된 만큼 이 부회장이 최종 결정에 중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그룹을 대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부터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까지 두루 만나며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왔다. 대외활동 위주의 행보를 보인 부회장이 이번 매각 결정을 계기로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의 3세 승계 구도도 명확해졌다. 이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건설 계열사를 맡고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상사 부문을,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사장은 패션과 광고 부문을 각각 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이부진 사장이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한 것을 근거로 중화학 부문까지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고 방산 부문은 승계 구도의 사각지대에 놓였지만 이번 매각으로 두 부문이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삼성 사업 구조조정의 다음 차례는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제일모직 상장이다. 삼성SDI와 삼성카드 보유지분을 구주매출 방식을 통해 일반에 처분함으로써 순환출자 고리가 사라지고 지배구조가 단순해진다. 이어 최근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다시 추진되고 계열사별로 흩어진 건설 부문 통합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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