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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보호냐, 괘씸죄냐?'
금융감독 당국이 계열사 할부금융 물량을 25%로 제한하는 '25%룰'을 현대자동차에만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재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당국은 논란이 되고 있는 '25%룰'과 관련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저촉 가능성을 피하고 현대차를 정조준하겠다는 의도지만 재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괘씸죄'를 적용해 무리한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고위관계자는 11일 "'25%룰' 도입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및 보증제한 기업집단만 대상으로 할 것"이라며 "독과점의 폐해를 줄이고 일감 몰아주기를 막는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입차와 현대캐피탈의 해외법인은 규제 대상에서 빼 문제의 소지를 없애겠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3일 현재 상호출자 및 보증제한 집단이다. 여기에는 현대캐피탈도 포함된다. 하지만 BMW파이낸셜과 벤츠파이낸셜 같은 수입차 업체 할부금융사는 대기업이 아니어서 당국의 '25%룰'에서 제외된다.
마찬가지로 현대캐피탈의 해외법인도 출자 및 보증제한 집단에 속하지 않아 25% 규제에서 빠진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할부금융을 25% 이상 하는 곳은 현대자동차밖에 없기 때문에 '25%룰'은 현대차를 직접 겨냥하는 셈이다. 현대캐피탈의 현대차 할부금융 수주 물량은 약 65% 수준이다.
금융 당국이 현대차에만 '25%룰'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FTA 같은 통상문제를 피하면서 카드 복합할부 금융 수수료 문제로 KB국민카드와 갈등을 빚는 현대차를 직접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당국의 논리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특히 당국이 보기에 현대차가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으로 비쳐지는 데 따른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국의 취지는 알겠지만 대기업만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특정 업체를 타깃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카드 가맹점 계약은 사적계약인데 당국의 간섭이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차와 KB국민카드는 지난 10일 일주일간 협상 시한을 추가로 연장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복합할부 수수료에 대해 1.0% 수준, KB카드는 1.75%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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