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국산 자동차 내수 판매가 크게 늘었다. 정부의 한시적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시한(12월 31일)이 다가오는데다 최근 출시된 신차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ㆍ한국GMㆍ르노삼성ㆍ쌍용차 등 완성차 5사는 11월 한달 동안 내수시장에서 12만9,364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12.2%, 지난달에 비해 4.2% 늘어난 수치다.
업체별로는 한국GM과 쌍용차의 판매가 국내 시장의 절대 강자인 현대차와 기아차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해 11월 대비 각각 12.6%, 13.8% 판매를 늘린 데 비해 한국GM과 쌍용차의 판매 대수는 27.5%, 49.1%씩 늘었다. 특히 한국GM의 11월 판매 대수인 1만3,768대는 쉐보레 브랜드 도입 이후 최대이자 23개월 내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르노삼성도 지난해 11월보다는 저조하지만 10월에 비해서는 10.8% 늘어난 5,184대를 판매하며 경영난 탈출의 발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차종별로는 현대차 '싼타페'가 전년 대비 266.5%, 10월 대비 4.5% 증가한 8,122대 팔리며 현대차의 내수 확대를 이끌었다. 전통의 베스트셀러 '아반떼'와 '쏘나타'도 각각 9,932대, 8,997대 팔렸다. 기아차의 준중형 신차 'K3'는 7,575대 판매되며 두 달 연속 7,000대를 넘겼고 또 지난달 13일 출시된 '더 뉴 K7'도 2,350대 넘게 팔리며 신차효과를 누렸다.
한국GM에서는 5,619대가 팔린 경차 '쉐보레 스파크'와 더불어 준중형차 '크루즈(1,859대)', RV '올란도(2,010대)'가 내수판매 증가를 이끌었고 르노삼성에서는 최근 페이스리트프된 '뉴 SM5 플래티넘'이 2,116대, 기존 'SM5'가 1,267대 판매되며 올 들어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11개월 만에 잔업(하루 1시간)을 재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주말 특근을 도입해 수요에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쌍용차 역시 '코란도C(1,751대)' '코란도 스포츠(1,438대)' '렉스턴W(656대)'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3형제를 앞세워 기록적인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 같은 내수 확대 추세가 12월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일 출고차량을 끝으로 개소세 1.5%포인트 인하 조치가 종료하는 데 따라 막판 계약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10월까지는 저조한 내수 판매를 수출로 만회하는 전략을 썼지만 11월과 12월은 수출보다 내수 수요에 우선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진 자동차 내수가 바닥을 찍고 되살아난 것으로는 판단하지 않았다. 가전 등 대부분 소비재와 유통업계의 실적이 여전히 저조한 가운데 자동차만이 '나홀로 호실적'을 나타낸 것은 개소세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는 분석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개소세 영향으로 선수요가 발생, 내년 장사를 당겨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측면이 있다"면서 "내년 국산차 내수 판매 위축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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