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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56) 최대 실패작 ‘초등백과 뉴리더’
입력2003-08-10 00:00:00
수정
2003.08.10 00:00:00
`작은 손 문고`보다 몇 배 더 크게 실패한 책이 `초등백과 뉴리더`였다. 초등백과 뉴리더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점판매용 초등학생 백과사전이었다. 읽는 사전이 아닌 보는 사전으로, 재미를 곁들여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동기를 갖도록 초등 교과 전과정을 분석해 기획한, 꼭 알고 넘어가야 할 내용을 글보다는 가능한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여 주는 비주얼이 강조된 백과사전이었다.
예림당은 창업 이후 아동도서의 전 부문에서 비교적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데 앞장 서 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초등백과 뉴리더를 기획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로서 전집 할부 판매 형태가 아닌 최초의 서점용 어린이 백과사전을 만들고 싶었다.
초등백과 발간을 결정하고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초였다. 그러나 필수 항목만 가려 몇 권만으로 콤팩트하게 낸다 하더라도 명색이 백과사전인만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내용이 있고 자료가 많이 소요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25명의 직원을 투입하여 책이 완성되어 나온 것은 3년 만인 1995년 12월5일이었다. 국배판 양장본 5권에 각권 280쪽 내외, 정가는 권당 2만원씩 해서 한 세트에 10만원이었다. 서점 출시와 동시에 TV 광고도 했고 신문이며 주부상대 여성지 등에도 광고를 냈다.
처음 서점의 반응은 꽤 좋았다. 모두 책을 잘 만들었다고 칭찬을 했고 특히 대형 서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매절 거래를 요구해 왔다. 출판사와 서점간 거래 관행이 대부분 책을 서점에 맡겨 놓고 팔리면 수금하는 위탁 판매가 보통인데, 서점에서 출판사에게 어떤 품목에 대하여 다소 싸게 공급 받는 대신 안 팔리면 반품할 수 없는 매절거래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독자들의 수요를 기대한다는 반증이었다.
그러나 뿌듯했던 마음은 잠시였고 곧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서점에 나간 책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판촉물을 끼워 특별판매행사를 벌여도 별 효과가 없었다. 10만원의 가격은 서점에서 일시불로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높았던 것이다. 당시는 서점에서 신용카드 구매가 안 되던 시절이었다. 또 비록 5권이긴 해도 중량이 만만치 않은 것도 손쉽게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요인이었을 것이다.
결국 초등백과 뉴리더는 출간 당시 좋은 평가와는 달리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게 됐다. 위탁으로 책을 받은 서점에서는 반품을 해 왔고, 회사로서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예림당에서 어쩌다가 이렇게 팔리지 않는 책을 만들었느냐는 말이 들려오기도 했다.
그 동안 잘 나가던 예림당의 위상이 한꺼번에 추락한 것이나 진배 없었다. 초판 제작비를 포함해 그 동안 개발에 투자된 금액만도 15억원 이상이었다. 한 종류의 책을 만들기 위해 투입한 자금으로는 매우 큰 금액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초등백과에 매달리는 동안 다른 신간 발행도 크게 줄어서 회사의 타격은 설상가상이었다.
직원들은 자진해 판매 일선에 나섰다. 그때 직원들이 판매한 수량이 1,000 세트가 넘는다. 책을 월부 외판센터로 넘기는 일도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월부 외판센터에서는 가격이 너무 싸서 판매수당도 그만큼 낮기 때문에 외판 사원들이 기피한다는 것이었다. 서점에서는 금액이 커서 안 팔리고 외판 센터에서는 금액이 낮아서 안 된다면 더 이상 판로는 없었다.
초등백과 뉴리더는 총 1만 질(총5만부)을 제작했다. 모두 팔아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현재까지도 창고 한켠에 1,000여질 쌓여 있어 볼 때마다 쓰라린 심정이 된다. 초등백과 뉴리더는 예림당이 단일 종목의 도서로는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해서 가장 크게 손해 본 실패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지만 출판이 모험 산업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교훈이 되었다.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장ㆍ예림 경기식물원이사장ㆍ전(前)대한출판문화협회장
<나춘호 예림당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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