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이 변액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하면서 변액보험 취급 여부가 생명보험업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는데 금융당국이 영업 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현재 변액보험을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면서 '방카슈랑스 25%룰(한 금융사에서 한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25% 이상 팔지 못하게 한 제도)' 적용을 유예받는 대신 2016년까지 변액보험을 출시하지 않겠다는 생보사 간 신사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협생명이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농협생명은 연내에 우리아비바생명과 합병한다는 방침인데 이 과정에서 우리아비바가 보유한 변액보험 인가를 갖게 된다. 형식논리로 본다면 변액보험을 취급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변액보험 취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액보험 취급유예를 독립법인 출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우리아비바와 합병한다 해도 이 방침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아비바생명 인수가격에 변액보험 취급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고 농협생명의 영업규모를 고려했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다른 생보사와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변액보험은 취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협생명은 자체 변액보험 상품을 개발할 수도 없고 우리아비바의 기존 연금보험을 취급할 수 없게 됐다.
생보업계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를 반기는 내색이다.
농협생명은 독립법인 출범 이후 2년간 급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한화·교보생명으로 이뤄진 '빅3' 업계구도에 균열을 일으키며 '빅4'로 외연을 확장 시켰고 월간 기준으로는 교보생명을 앞서기도 했다.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전국 지점망이 급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변액보험까지 취급하게 되면 농협생명의 외형확장은 불을 보듯 뻔하다. 때마침 코스피지수가 2,100포인트를 목전에 두는 등 증시여건도 변액보험 시장에 우호적이다.
농협생명의 변액보험 진출 의지는 이미 확인됐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10월 변액보험을 출시해 새로운 보험시스템에 반영하려 했는데 당시 생보업계가 크게 반발했고 결국 무산됐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변액보험이 수익성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외형을 키우는 데는 이만한 상품이 없다"며 "농협생명의 단기 급성장은 농협은행의 도움이 큰 역할이 됐는데 만약 변액보험까지 취급하게 되면 업계 구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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