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까지 LNG선의 호황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LNG선 건조 능력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지난 18일 찾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는 2척의 특이한 액화천연가스(LNG)선 제조가 한창이었다. 축구장 3배 만한 크기의 이 선박은 세계 최초로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ㆍ재기화설비(LNG-FSRU)다.
배 위에 올라보니 다른 LNG선과의 차이가 확연했다. 갑판 위에 별다른 설비가 없는 기존 LNG선과 달리 LNG-FSRU는 커다란 재기화설비가 자리잡고 있고 그 주변을 무수한 파이프 라인이 지나간다.
선박 내부 엔진실에는 커다란 디젤엔진 4개가 장착됐다. "이 배는 리투아니아에 용선할 예정이라 멀리까지 가기 위해 힘이 좋은 엔진을 4개나 달았다. 옆에 있는 배는 인도네시아로 가서 엔진이 3개만 있다"는 것이 김상구 현대중공업 부장의 설명이다.
LNG-FSRU란 해상에 떠있으면서 LNG선이 운반해온 가스를 액체로 저장했다가 재기화 장치를 통해 필요할 때 다시 기체로 만들어 해저 파이프라인으로 육상 수요처에 공급하는 설비다. 기존 선박에 재기화 장치를 설치한 경우는 있지만 새롭게 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현대중공업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 노르웨이 회그사에서 LNG-FSRU 3척을 수주해 내년 인도를 앞두고 있다. 멤브레인 방식의 유조선으로 LNG 저장 탱크는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이다. 4개의 LNG 저장탱크에는 우리나라에서 3일간 쓸 수 있는 LNG가 저장된다.
LNG-FSRU는 육상에 건설하는 LNG 공급기지에 비해 공기는 1년 정도 짧고 건설비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에너지 수요가 부족해 단기간에 LNG 공급기지를 짓고 싶어하는 중남미ㆍ동남아시아ㆍ동유럽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김 부장은 "LNG 공급기지가 배에 붙어 있다고 보면 된다"며 "따로 공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기피시설의 유치를 반대하는 님비 현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LNG-FSRU는 복잡한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스베이눙 스?레 회그사 사장은 직접 현대중공업에 이 선박에 건조를 의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풍부한 LNG선 건조 경험과 기술력, 특히 까다로운 설계변경에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뛰어난 설계인력이 많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외를 통틀어 독보적인 LNG선 선박 건조 능력을 지니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스형과 멤브레인형 LNG선을 모두 만들 수 있으며 현재까지 인도한 선박 수만 해도 모스형 15척, 멤브레인형 28척 등 43척에 이른다. 수주해 짓고 있는 선박도 32척이나 된다.
당분간 LNG선의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현대중공업에는 긍정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수요보다는 LNG가 각광을 받고 있다. LNG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수송량도 증가하고 LNG선 발주도 이어지고 있다. 곽병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기술영업부장은 "올해 LNG선 수송량이 2억3,000만톤인데 미국 셰일가스 개발의 영향으로 2020년까지 최소 3억6,0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6~7년간 해마다 30~40척의 선박 발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조선업에서 우리나라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LNG선은 10년 이상 기술력에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LNG선도 최근 다른 선박들과 마찬가지로 연료 효율이 좋은 선박이 인기다. 현대중공업은 현존하는 가장 높은 효율의 전자제어식 가스분사(MEGI) 엔진 기술력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수주 물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LNG-FSRU를 비롯해 LNG선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추가 수주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