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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계에서 예술을 찾는다면 어떤 모습을 만나게 될까…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전시해 온 사비나 미술관이 3차원 가상현실 입체영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안광준 개인전 ‘혼재된 현실(Mixed Reality)’을 준비했다.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특수 입체 안경을 착용하거나 관람객들이 직접 조이스틱으로 작품을 이동해 볼 수 도 있어 마치 과학박람회에 서 있는 듯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작품에 몰입하고 있노라면 현실을 떠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원자력 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의 작가 안광준은 꿈에서 본 이미지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스페이스 MR 오브젝트 2006’는 소용돌이치는 대기나 회오리치는 오색 구름 이미지를 단순화 하여 가상의 개체에 옷을 입혀 움직임을 가미했다. 마치 꿈속에서 보았던 대상이 화면 앞에 펼쳐지며 현실세계로 튀어나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이미지들은 색의 명암 변화에 따라 그 촉감마저 느낄 수 있다. ‘밀레니엄 가든 2006’도 작가가 악몽에 시달린 경험을 이미지화했다. 초현실주의의 데칼코미나 기법을 활용해 기괴한 형상이다.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선보인다. 한반도의 정치적, 경제적 역학관계에 있는 인물들과 보는 관람객이 주체가 되어 결투를 벌이는 삼차원 입체 영상게임인 ‘아 대한민국!-4괴수 게임’ 등 10여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는 첨단 기술을 접목한 미디어 아트라는 새로움 외에도 작가의 독특한 이력도 눈길을 끈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그가 작가로 직업을 전환한 데는 그의 예민한 감수성 때문이다. 작가는 미대 진학 전 직장생활을 할 때 1년 정도 악몽에 시달렸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고도 꿈속 이미지들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가수면’ 상태의 지속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때, 예술은 그에게 치유의 방편이었다. 94년 37세의 늦은 나이에 서울대 미대를 입학해 그림으로 꿈속 기억을 더듬으며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 고야를 좋아한다는 그의 작품은 대부분 정대칭 구조를 띄고 있다. 그는 2003년부터 본격적인 작업활동을 시작해 이번이 일곱번째 개인전이다. 국내에 미디어아티스트들은 많지만 가상현실을 적극적으로 예술과 접목시킨 작가로는 그가 처음이다. 미개척 분야인 가상현실 미디어 아트의 발전방향을 찾아볼 수 있는 전시회다. 사비나 미술관 3월1일부터 4월9일까지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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