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5명은 최근 3년 사이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저소득층 증가율이 고소득층 증가율의 2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특히 못사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전형적인 ‘악성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최근 중산층 붕괴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중산층의 비중이 지난 2005년 57.5%에서 지난해 49.9%로 7.6%포인트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중산층은 가구 소득이 중위수(통계치의 중앙값)의 50~ 150%인 계층을 뜻한다. 중산층에서 이탈한 가구는 잘사는 쪽보다는 주로 못사는 계층으로 추락했다. 소득 수준이 150%를 넘는 고소득층은 같은 기간 2.7%포인트 늘어난 반면 50% 미만인 저소득층은 4.9%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까지 중산층이었던 가구 중 67%가 저소득층으로 떨어진 반면 33%만이 고소득층으로 올라선 셈이다. 중산층이 감소하고 저소득층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 연구원은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점을 꼽았다. 고소득층과 달리 중산층은 현금화할 자산이 많지 않아 근로소득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실직은 곧바로 저소득층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2001년 이후 서비스업 취업자 수 증감률이 2.6%인 반면 제조업 취업자수 증감률은 -0.6%를 보였다”며 “경제 주력 부문인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경제 전체의 고용 창출력이 약화되고 이는 저소득층 증가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사교육비 부담도 저소득층 증가의 요인으로 꼽혔다. 연구원은 “한국 사회에서는 교육투자가 계층 간 상향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데 사교육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계층 간 교육투자 격차가 벌어졌다”며 “가난의 대물림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산층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자리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산업경쟁력 강화로 안정적인 일자리 마련에 주력하고 녹색성장 전략으로 고용창출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산층이 계속 붕괴될 경우 내수 기반이 취약해져 경제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높고 사회 불안과 계층 간 갈등도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효율적인 복지정책 운영으로 사회 안전망 강화 ▲교육기회 확대를 통한 계층 상향 이동 가능성 확대 ▲현실성을 반영한 소득세제 개편 등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다양한 조세 포착 기법을 개발해 고소득 계층의 세원을 파악하고 과세표준 제도가 소득계층 구조의 현실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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