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시장에서 선진국시장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특히 미국증시에는 5년 만에 가장 많은 돈이 몰려들었다.
21일 동부증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최근 일주일 동안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197억3,700만달러에 달했다. 최근 한달 동안 331억9,000억달러의 자금이 선진국 시장으로 유입됐다. 반면 신흥국 시장에서는 출구전략 우려가 확산되며 주식형 펀드에서 7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지난주 미국 증시로 글로벌자금은 175억달러가 유입돼 지난 2008년 6월 이후 주간유입액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미국의 경기지표가 호전되며 경기회복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해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지난 18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양적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위험자산 기반이 강화됐다"며 "미국 장기 시장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하는 가운데 단기성 금융자산으로 회피했던 자금이 주식형 금융자산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당분간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선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는 미국과 달리 신흥국 시장의 대표인 중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5월 이후 글로벌 자금 동향은 주식과 채권 동반 이탈단계에서 최근 들어 선진국 주식으로의 유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채권보다 주식, 신흥국 주식보다는 선진국 주식에 대한 선호가 선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이 한 고비는 넘겼지만, 신흥국으로 자금이 재유입되기에는 선진국의 매력이 높다"며 "대표적인 신흥국인 중국은 부동산 과열,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재정 부담 문제로 매력도가 낮아져 있어 중국의 경기부양 여부가 앞으로 신흥국 자금 유입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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