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부터 자동차 보험료가 평균 2%포인트가량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자동차 보험료 인하 작업에 나서 소형차의 경우 최대 4%포인트, 대형차나 외제차는 2%포인트 밑으로 보험료를 내리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 당국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ㆍ동부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2%포인트대로 인하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마쳤으며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의뢰했다. 요율 검증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 4월 자동차 보험 가입자부터 내린 보험료를 적용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자동차 보험료 인하는 손보사의 순익 증가와 금융감독 당국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어우러진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보험료 인하를 감내할 수 있는 대형사와는 달리 자동차보험 전업사를 비롯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경영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 인하폭 차등 적용=손보사들은 개인용 경차(1,000㏄ 이하)와 소형차(1,000~1,600 ㏄ 이하)에 보험료 인하 혜택을 집중할 방침이다. 반면 3,000㏄ 이상 대형차와 외제차의 인하폭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손보업계는 동절기 손해율 상승 등을 이유로 보험료 인하 시기를 늦춰왔지만 금융감독 당국의 압박 강도가 점점 고조되면서 보험료 인하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김수봉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이날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료 인하 방침이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소형차 보험료는 최대 4%포인트, 외제차나 대형차는 2%포인트 이하로 내리고 영업용 화물차 역시 제한적으로나마 보험료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혀 보험료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따라 삼성ㆍ동부ㆍ현대ㆍLIGㆍ메리츠 등 주요 손보사는 물론이거니와 보험료 인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졌던 AXA다이렉트 등 중소형사들도 보험료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AXXA다이렉트 관계자는 "대형사가 보험료를 내리면 경쟁력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형사 경영 압박 가중될 듯=이번 인하 조치는 업계 자율 결정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금융감독 당국의 엄포성 압박에 눌린 측면이 농후하다. 실제 업계에서는 "자동차 보험료가 현 정부의 물가집중관리품목에 속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료를 내린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하락 추세이기는 하지만 기업별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료 지급 비율)이 여전히 적정 손해율(70.1%)보다 전반적으로 높다는 게 근거로 제시된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 1월 손해율은 72.5%를 기록했다.
다만 대형사들은 자산운용수익이 괜찮은 편이고 장기 보험 쪽에서도 이익이 나고 있어 자동차 보험료를 내려도 큰 부담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자동차 보험 분야의 매출 의존이 높고 업력도 일천한 중소형사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도 원인이기는 하겠지만 업체들도 과당경쟁에 매몰돼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무너지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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