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만해도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환영 속에 (우리금융) 합병하고 싶다"거나 "감원 없는 합병 묘안이 있다" 등 인수전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을 분기점으로 입을 닫아버렸다.
다른 대선 후보들과는 파괴력 자체가 달랐던 셈이다. 유력 대선 주자인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상 매각 흐름을 돌려놓았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실제로 KB금융 관계자들도 박 전 위원장 발언 이후 "이제 어려워졌다"며 공공연하게 말을 흘렸다. 가뜩이나 매각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여권 유력 대권 후보자의 발언으로 완전히 기세가 꺾이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명박(MB)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어 회장이 같은 여권이면서도 MB와 각을 세우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의 한마디에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번 우리금융 매각 '해프닝'은 현재 권력의 향배에 따라 금융회사의 운명이 순간순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비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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