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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김성우 고문의 '돌아가는 배'

崔禹錫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사람이 살다보면 더러 횡재(橫財)를 하게 되는데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큰 횡재에 속한다. 한국일보 김성우(金聖佑)고문의 「돌아가는 배」를 읽고 오늘 횡재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자전(自傳)은 자전인데 좀 색다르다. 시인의 시심과 신문기자의 객관성으로 스스로와 고향, 일과 바깥세계를 담담히 그렸다. 고향은 통영 앞바다 욕지도. 고향의 땅과 숲과 바다에 대한 친밀감과 동경, 이상향의 꿈을 평생 안고 산다. 말년 고향섬을 사서 수국(水國)이라 이름지어 작가촌을 만들고 거기서 환갑을 겸한 늦결혼식을 올리는데 그것이 한편의 드라마다. 한국일보사엔 대학 3학년때 들어가 그때부터 40여년간 외길로 현역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사의 한 기록이다. 그사이 한 8년동안 특파원으로서 파리생활을 한다. 자전을 보면 파리에서의 미(美)의 탐구와 세계 여러 도시의 문화순례기가 짙은 예술적 향기로 전해져 온다. 어찌보면 김고문은 가장 사치를 하고 또 가장 부자인 언론인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평생을 보내고 지금도 현역으로 그걸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뛰어난 신문적 재능과 깊은 정열 때문에 편집국장, 주필, 사장까지 떠밀려 갔는지 모른다. 탈속의 역정들이 기행문같이 차분하게 그려져 있다. 한시대의 역사면서 고급 에세이 모음이다. 예술적 농축과 문명안이 탄탄한 문장 속에 녹아 있다. 또 절제된 분노, 허탈, 세상보기와 삶의 지혜도 있다. 글도 이쯤되야 글쓴다는 소리를 할 수 있고 자전도 이쯤되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돌아가는 배」를 보면 평소 김고문의 완전주의와 결벽증 또 좀처럼 열지 않는 사생활이 짐작되는 것 같다. 만약 김고문이 그 어려운 시대, 그 척박한 토양 속에 갇히지 않고 풍요한 문화자양층(滋養層)을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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