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 리콜에도 뚜렷한 규제 없어 美처럼 법 개정 징벌적 과징금 필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 리콜 시정률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허술한 리콜 제도 때문이다.
리콜을 별일 아닌 것으로 여기는 차량 소유주의 인식도 문제다. 정부는 연내 법 개정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처럼 과징금 규모를 확대하고 소비자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리콜 시정률, 왜 개선 안되나= 리콜 시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리콜을 통지하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현행법상 정부는 리콜 대상임을 자동차 제작사를 통해 차량 소유주에게 우편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 소유주의 주소가 변경되거나 소유주가 바뀌면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가 힘들다. 주소나 전화번호가 개인정보라 적극적으로 수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결함신고센터를 통해 '리콜 알리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휴대폰 번호를 등록하면 문자 메시지로 리콜 대상임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차량 소유주가 리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점도 원인이다. 정부는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만 리콜 한다. 하지만 차량 소유주는 리콜 대상이란 사실을 인지하고도 시간이 없어서 수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대부분의 차량 정비소가 쉬는 점 역시 이유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비센터에서 리콜 대상임을 인지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받지 않는 소비자도 많다"고 말했다.
렌트나 리스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유다. 렌트나 리스의 차량 이용자는 차량 소유주가 아니라 리콜을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 '수백억 과징금'으로 국민 보호=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아트 크라이슬러(FCA)가 부실한 리콜로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약 1,200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리콜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NHTSA는 차 업계에서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과징금, 이행강제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늦장 리콜에 대해 규제할 뚜렷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늦장 리콜이나 리콜의 결함 은폐 사실이 입증되면 국토부 장관이 판매 중단을 내릴 수 있고 10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도 매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부과된 적은 거의 없다. 수입차 업체들은 본사의 리콜 사실을 안 지 14일 이내에 국토부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제출하지 않아도 과태료는 100만원에 불과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는 만큼 관련 법 개정도 빨리 진행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련 용역 진행 중..국민 안전 강화할 것"=국토부는 교통안전공단과 공동으로 올 초부터 리콜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께 공청회를 열고 연내 관련법을 고쳐 현실화할 계획이다. 리콜 시정률을 높이기 위해 특정 기간 동안 일정 시정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하고 과징금 규모도 매출액과 연계해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또 리콜 대상 차량의 중고차 매매 및 차량 소유주가 변경될 때 문제 부분을 수리받지 않으면 차량 거래를 어렵게 하는 내용 등도 들어갈 전망이다.
국토부 및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제작사 모두 리콜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내 관련 내용을 규정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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