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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없고 물가비싼 국내관광지/무분별 해외여행 부채질
입력1997-08-09 00:00:00
수정
1997.08.09 00:00:00
◎괌·사이판행경비 제주도와 큰차없어/유인책 마련 서둘러야/여행사 마구잡이 모객도 대형사고 원인괌에서 추락, 대참사를 일으킨 대한항공기가 폭주하는 여름철 관광객을 수송하기 위해 당초의 기종대신 무리하게 교체투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항공사측의 무리한 운항스케줄과 지나치게 해외로 몰리는 국민들의 관광행태가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해외관광지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가 국내관광지의 비싼 물가와 숙박비, 볼거리와 놀거리의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일 새벽 추락한 KE801편 보잉 747300기는 4일 서울과 제주를 두차례 오갔고 그날 밤 미국 앵커리지로 갔다가 5일 하오 2시30분 김포로 돌아왔다. 여기서 다시 제주로 갔다가 하오 7시27분에 돌아와 하오 8시20분엔 당초의 에어버스 대신 괌으로 떠났다. 1시간 남짓한 사이에 청소와 기내식 투입은 물론 기체의 이상 유무에 대한 점검과 출발상태 확인까지 마친 셈이다.
이처럼 여객기를 과도하게 운항시키는 것은 성수기의 수익만을 겨냥, 늘어나는 여행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해외여행객은 올들어 국내 경기 침체 등으로 증가세가 주춤하고는 있으나 연말까지 약5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휴가패턴이 여름에 집중되고 있는데다 해외여행객의 20%가 괌을 비롯 사이판,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를 찾고 있어 여름만 되면 이 지역의 항공좌석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진다.
동남아지역에 여행객이 몰리는 것은 여러가지 까닭이 있다. 우선 비행시간이 4시간여에 불과, 3박4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오기에 알맞기 때문이다. 또 외국을 여행한다는 기대심리도 크다. 게다가 싼 물가와 수상레포츠를 비롯 즐길거리가 풍부하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이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괌, 사이판, 태국, 필리핀, 하와이와 제주도를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보통 3박4일 또는 4박5일인 신혼여행의 패키지가격은 1인당 50만∼70만원선. 시기와 여행사에 따라 가격의 폭이 크지만 제주도에 비해 10만원정도밖에 비싸지 않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조건에도 불구, 가족단위 휴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시설이나 이벤트가 부족하다.
여행사의 난립으로 인한 마구잡이 모객이 해외여행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또 이로 인한 안전사고도 우려되는 점이다. 지난 4월 필리핀에서는 국내 여행사들이 얼마나 무모하게 장삿속만 밝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J여행사가 제대로 필리핀 국내선 항공기티켓을 확보하지도 않은 채 고객을 송출, 현지에서 발이 묶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빚어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서비스 질에 관한 항의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 국내에서 해외여행객을 모집하는 여행사는 약4천여개. 이번에 사고를 당한 KE801편의 탑승객 가운데 1백50명도 16개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하이터치 여행사의 최연욱 팀장(32)은 『일단 보내놓고 보자는 식으로 영업하는 여행사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마치 외줄타는 광대를 보듯 아슬아슬하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휴가지들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 가운데 인기를 상실한 것도 이번 대한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여행사와 항공사의 무분별한 모객과 증편이 되풀이되는 한 언제 또 어처구니 없는 안전사고로 가슴을 쳐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이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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