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가명ㆍ37)씨는 아내의 치료비 500만원을 급히 구하기 위해 생활정보지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를 통해 돈을 빌렸다. 용달차를 몰고 배달을 하는데 은행에서 퇴짜를 맞은 기억에 서류ㆍ담보 등 절차 없이 빌릴 수 있는 대부업체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알고 보니 대출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 불법 사채업자였지만 김씨에게는 큰 상관없었다. 빠르고 신속하게 병원비를 메워준 업체였기 때문이다.
불법 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사람이 10명 중 3명꼴로 집계됐다. 제도권 금융을 포기한 사람들은 저신용, 대출 지연, 보증 요구가 필요 없는 대부업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1일 대부금융협회가 내놓은 '대부금융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 중 등록업체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이용하는 비율이 21%에 달했다. 미등록 대부업체임을 알면서도 이용하는 고객들도 6%나 됐다.
불법 사채를 이용하는 것은 금융지식에 대한 부족 때문. 이용자의 14%가 연 39%인 금리상한규제 등 대부업법에 관해 모른다고 답했다. 이용고객 중 52%는 고졸자였다.
이에 따라 불법 대출계약을 맺은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설문자 중 주변인의 연락처와 인적사항 기재 요청을 받았다거나(10%), 대출 중개수수료 지급 요구(8%), 선이자 등의 불법 고금리 대출(5%) 등을 경험했다는 사람들이 지난해와 비슷했다.
다른 금융권을 이용하지 않는 사유로 '저신용 등으로 대출 거절'을 받은 사람이 응답자 1,915명 중 642명(34%)이었으며 원하는 '원하는 기간 내 대출이 힘들어서'를 택한 사람이 405명(21%)이었다.
절반 이상(57%)이 교육비ㆍ병원비 등 긴급 가계생활 자금을 목적으로 대부업체를 찾는다고 말했다. 기존 대출금 상환을 위해 찾는다고 답한 사람은 21%였다. 특히 카드를 돌려막는 20대의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6~10% 포인트 더 높았다.
1인당 대출금액은 200만~500만원 사이가 1,739명(38%)으로 제일 많았으며 500만~1,000만원이 35%, 1,000만~3,000만원이 13%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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