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정리 물건 80% 염가 판매…이번이 마지막 빅 세일' 길거리 쇼윈도에 내걸려 있는 광고 문구를 행인들은 그저 '힐끗' 쳐다보며 지나간다. 이번이 마지막 세일이라는 선전문. 일년 365일 내내 붙여놓는 마케팅 전략이란 걸 아는 고객들 반응이 미지근한 게 당연하다. 고도성장기에는 먹혔던 박리다매형 판매 전략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고민들은 점점 커진다. 섣부른 가격파괴 정책은 때로는 회사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그렇다고 고부가가치 브랜드 전략으로 성급하게 옮아갈 수도 없다.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기업인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가격전략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헤르만 지몬 SKP 전략&마케팅 컨설팅 회장은 무리한 가격 인하 관행을 그만두고 고객이 실제로 느끼는 가치에 근거한 마케팅과 가격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독일 대학에서 경영학과 마케팅을 가르치던 교수이기도 했던 헤르만 지몬은 국내에는 독일 중소기업의 성공비결을 분석한 책 '숨은 강자들'로 잘 알려진 인물. 유럽의 피터 드러커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가격 파괴로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 정책이 기업 이미지와 이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그의 이론 핵심은 간단하다.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 경영하라." 일반적으로 이윤은 가격×생산량-비용으로 결정된다. 그는 성숙기 시장에서 생산량은 더 이상 경쟁사와 차별 요인이 아니라고 본다. 기업간 원가경쟁이 심해 비용 또한 이윤창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국 기업이 추가로 고려할 수 있는 이윤추구 동력원은 가격전략이라는 얘기다. 물론 일방적인 가격 상승이 항상 이윤증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지몬 회장은 고개 가치를 고려한 가격 전략을 제시한다. 상황에 따라 핵심 고객들이 자사 제품에 대해 느끼는 가치에 맞게 가격 전략을 세우라는 것이다. 가격 전략만 잘 세우면 모든 기업이 평균 2% 정도 이윤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매출과 성장에만 집착해온 우리 기업 경영자들에게 지몬 회장은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