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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산업단지가 출범한 지 올해로 51년이 지났다. 반세기 동안 산업단지는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의 총 생산액(2013년 기준)은 국내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69%를 차지하고 있고 수출액 비중은 78.5%에 이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산단의 노후화 문제가 대두된데다 글로벌 시장 변화 추세에 발맞춰 산단을 새롭게 탈바꿈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착공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단지는 351개(국가단지 28개, 일반단지 74개, 농공단지 248개)로 전체 산업단지의 34%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09년 반월시화와 구미 등 4개 산업단지를 구조고도화 시범 사업단지로 선정한 이후 주요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리모델링은 물론 연구개발(R&D) 인프라와 문화·기반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노후 산단을 새 단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구조고도화 사업 현황과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19일 서울에서 차로 3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구미국가산업단지. 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실리콘밸리를 연상케 하는 최신식 건물이 줄줄이 들어서 있었다. 이곳은 한때 '백색가전의 메카'로 불리던 구미공단의 옛 대우전자 부지로 어느덧 냉장고·세탁기의 흔적은 사라지고 초정밀 금형과 그린에너지, 전자의료기기, 정보기술(IT) 융복합 등 첨단공장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대우전자가 문을 닫은 자리에 남겨져 있던 12만평에 달하는 공터가 이처럼 달라진 것은 정부의 산단 구조고도화 사업 덕분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구미산업단지를 구조고도화 시범 사업단지로 지정한 뒤 2010년 공장부지를 매입해 '전자의료기기단지 조성'과 '체육시설 개선'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59개의 첨단기업이 입주했으며 2,159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180도 달라진 구미산업단지에 입주하게 된 기업인들은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재현 비케이소프트 대표는 "편의시설과 체육시설이 확보된 데다 그린에너지 업종의 기업들이 몰려 있어 기술 아이디어 교류가 수시로 가능해 성장동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노후 산단을 대상으로 구조고도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산업단지 노후화로 휴·폐업하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산단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고 청년층의 산단 취업 기피 현상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기 대문이다. 이에 정부는 '산단 리모델링 및 관리시스템 개선방안'에 따라 2009년 반월시화, 구미, 남동, 익산 등 4개 단지를 구조고도화 시범단지로 선정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지난 2010년에는 '근로생활의 질(QWL)이 보장되는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문화와 주거, 예술시설을 확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를 통해 주안국가산업단지의 경우 도심형 첨단산업단지로 변신했다. 현재 구조고도화 사업의 일환으로 부지 5,600㎡, 연면적 3만9,140㎡,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스마트테크노타워 건립을 추진중인데 오는 8월말 착공을 앞두고 순조로운 청약률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테크노타워에는 약 60개의 기업은 물론 다양한 편의시설, 체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구조고도화 사업은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산단공에 따르면 구조고도화 4개 시범단지에서 지금까지 첨단산업집적시설 건립(6건)과 지원시설 및 주거 확충(14건), 기반시설 정비(9건) 등 총 29건 사업이 추진됐다.
문화시설도 늘어났다.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산단은 2011년 3개에서 현재 12개로 늘어났고 문화순회공연을 진행하는 산단은 2011년 7개에서 2014년 16개로 증가했다. 특히 민간부문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구조고도화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중심의 한정된 재원으로 구조고도화사업 추진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는 일부 자금만 출자하고 민간 금융투자를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산단공에 따르면 구조고도화 사업과 관련해 2010~2013년까지 총 2,286억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유치했는데 2014년부터 올해까지는 2,554억원의 자금을 민간으로부터 수혈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단공 측은 "구조고도화 사업으로 산업단지가 업종 고도화를 통한 창의·혁신공간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문화·복지·편의시설도 늘어나고 있다"며 "구조 고도화 사업으로 청년 인력의 산단 유입이 늘어난다면 주변 지역 경제에도 크게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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