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저축은행은 프리미엄만 300억원, 지방은 200억원까지 올랐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매도자는 더 오른다면 매물을 거두고, 매수자는 너무 비싸다며 매수를 미뤄 거래는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고수익을 얻으면서 몸값이 높아진 만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경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대부업체ㆍ경기 인천지역 저축은행ㆍ할부금융사ㆍ땅 부자 등이 서울지역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 나서면서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 서울지역의 한 저축은행은 인수가 200억원에 300억원의 프리미엄을 요구해 매각 협상이 무산됐다. 지방 저축은행도 프리미엄을 200억원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수ㆍ합병(M&A) 전문업체 대표는 “다른 M&A는 흥정이 있는데, 저축은행은 흥정이 없다”며 “앞으로 더 높은 가격에 언제든지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보니까 매각 협상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7~8개 업체가 매물로 나와 있었지만, 프리미엄이 계속 급등하면서 올들어 매물이 싹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이 명칭변경으로 인지도가 높아졌고, 업무영역 확대로 신규사업 확장이 기대되는데다가 수신기능이 있어 자금조달이 쉽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몸값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부동산 PF 호조로 지난해 6월말 결산에서 7,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둔 것과 저축은행 숫자가 10년 전 236개에서 110개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도 가격을 올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외환위기 직후에는 주당 1원에 종자돈까지 얹어서 팔던 시절이 있었다”며 “불과 10년 만에 저축은행 인기가 하한가에서 상한가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저축은행 매수에 적극적인 곳은 대형 대부업체와 경기ㆍ인천지역 대형 저축은행, 할부금융사, 땅 부자 등이다. 한 대부업체 대표는 “전주들에게 이자 1% 더 준다고 해도 돈을 빌릴 수 없지만, 저축은행은 1%만 올리면 돈이 들어온다”며 “돈을 굴리는 데는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인수만 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할부사를 자회사로 갖고 있는 모 그룹은 지난해까지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 나섰다가 가격이 급등하자 매수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경기지역 저축은행 대표는 “저축은행 몸값이 코스닥 등록업체보다 높아졌다”며 “코스닥 업체는 자금조달이 힘들면 곧바로 매물로 나오지만, 저축은행은 언제든지 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급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어떤 저축은행은 영업에는 관심이 없어 수신규모가 20억원을 밑돌기도 한다. 가격 급락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M&A 전문가는 “저축은행 가격이 1,2년은 더 갈 수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끝났다고 판단되는 순간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6월말 결산에서 자본잠식된 저축은행은 8곳, 자기자본이 50억원을 밑도는 곳은 10곳, 100억원 미만은 16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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