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내년도 금융상품 개발의 타깃은 고객 세분화다. 즉 고객을 세분화해 각 고객군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전통적인 예금이나 대출상품에 보험과 증권ㆍ카드 등 다른 금융서비스를 아우르는 복합금융상품 출시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여성이나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았던 은행들이 내년에는 신상품 개발에 고객관계관리(CRM)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즉 성별이나 연령대ㆍ직군 및 취미 등 더욱 세분화한 특성별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금융상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또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는 은행들의 경우는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의 다양한 금융서비스 요구를 한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복합금융상품 개발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카드상품 출시에 CRM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판단하고 내년에도 세분화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지난 7월 출시했던 커피카드가 목표했던 고객층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최근 30~40대 여성을 공략해 맞벌이부부에게 혜택을 주는 ‘둘이 하나카드’를 선보인 바 있다. 또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지주 내의 계열사와 함께 보험 등을 연계한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상품개발부의 한 관계자는 “복합금융상품의 경우 지주회사의 시너지를 위해 연계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고객들이 먼저 연계된 상품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증권과 예금을 합친 E-챔프 시리즈가 고객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지주회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복합금융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파생상품을 적극 활용한 상품이나 카드와 연계한 상품 등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복합금융상품의 경우 교차판매(크로스셀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데다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여성을 타깃으로 했던 미인예금 등이 고객 확보에 효과적이었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에는 더욱 세분화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스타크래프트 마니아를 위한 통장 등을 출시하기도 했던 신한은행 역시 CRM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신상품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이 개발한 ‘미다스 시스템’은 고객 정보를 분석해 창구 직원에게 고객이 선호할 수 있는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타깃 마케팅’의 도우미. 신한은행은 다양한 스포츠ㆍ취미 등 더욱 세분화한 고객층에 맞춰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이달 월례조회에서 강정원 행장이 고객의 수요를 더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CRM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은행의 한 상품개발 담당자는 “내년의 화두는 CRM과 복합금융상품”이라며 “고객의 수요가 더욱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도 세밀한 고객 니즈 분석을 통해 상품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